[아동·청소년 성폭력 이제 그만] 열네살 사춘기 소녀 우울증에 자살 충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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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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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피해자 지친 마음 달래주는 해바라기센터

  성폭력 피해 시설 유형별 주요 기능[표=여성가족부 제공]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 열 다섯살 사춘기에 막 접어들던 A양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지역의 한 해바라기센터 문을 두드렸다. 상담사와 대화를 막 시작하려던 순간 동행한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울음부터 터뜨렸다. 잠시 뒤 격한 마음이 진정되자 부모가 먼저 억울한 사연을 꺼내놨다. A양이 1년 전인 중학교 1학년 때 사귀던 19살짜리 남자 친구에게서 강제적 성관계를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성(姓)이 무엇인지, 자신 신체의 소중함을 깨닫기 이전이라 육체적인 충격이 무척 심각한 상태였다.

심지어 상대방 남자는 A양을 상대로 성적 욕구를 채운 것도 모자라 A양의 또다른 무리와도 일명 '양다리'를 즐겼다. 이 사실을 안 A양은 정신적으로도 피폐해 있었다. 그야말로 공황장애를 겪었다. 앞서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A양은 당시 심리치료 때 우울증상에 더해 자살충동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배를 탄 아버지를 둔 A양은 어린 시절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가정환경도 나빠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 B양은 가족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울타리를 지탱해줘야 할 아버지가 성폭력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B양은 계부로부터 초등학교 4학년 이후 4년 동안 수 차례 피해를 당했다. 이런 힘든 이야기도 가족이란 구성원이 사라질까 혼자 감내했다. 그러다 부모의 이혼 소식을 듣고 어머니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아이의 상처를 보듬겠다는 일념으로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도 잊은 채 가해자, 즉 아버지의 죄를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B양의 아버지는 1심 판결에서 징역 10년형이 내려졌다. 그렇지만 동시에 문제가 불거졌다. 감옥에 갇힌 당사자가 앞서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준 담당의사의 진료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본인은 억울하다, 진료를 한 아이가 이 아이 맞느냐"고 항의적인 편지와 사진도 제출했다. 다행히도 병원을 비롯해 재판부가 B양에 힘을 실어주며 이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민간 차원의 협조가 B양이 새 희망을 품는데 크게 역할했다. 
 

한 어린 학생이 경기해바라기센터에서 성폭력과 관련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경기해바라기센터 제공]


정부와 민간(대학·국공립병원)이 공동으로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에 연령과 상관없이 의료, 수사, 상담 및 심리치료 지원을 제공 중이다. 전국에 배치된 성폭력상담소 및 피해자보호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은 일반인과 장애인으로 구분해 맞춤형 지원을 통해 시급한 회복에서 가까운 미래 사회에서 성공적인 자립이 가능하도록 역할한다. 아울러 B양의 사례와 같이 법률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 원스톱으로 안내한다.

특히 해바라기센터는 유형별로 위기부터 치유까지 힘을 보탠다. 가족에게도 교육, 의료 등 체계적으로 협조한다. 모든 도움은 국비로 충당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로 피해자와 가족을 돕는데 앞장선다. 일례로 서울대병원이 운영 중인 서울센터는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경찰서 내 여성 성폭력전담 경찰관 개입 등 전문인력·시설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근본적인 성폭력 예방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와 함께 학술연구도 벌였다.

제주해바라기센터 이양옥 팀장은 "피해를 본 아이가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건 그만큼 많이 힘들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여기에 오는 것"이라며 "모두의 자식이란 생각으로 일상생활이 자리잡는 동시에 우울증 약마저 필요 없을 만큼 건강해지도록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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