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정부의 4차 산업 전략…백화점식 정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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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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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경제부 차장]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지난해부터 미래산업으로 지목된 4차 산업이 각 국가의 핵심 아젠다로 부상되고 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일찌감치 4차 산업 분야에 뛰어들며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정부를 필두로 산업계에서 4차 산업에 대한 전략을 착실히 수행 중이다. 다음 주에는 정부와 민간전문가를 아우르는 4차 산업혁면 전략위원회가 구성된다.

그런데 정부의 추진전략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명확한 핵심 성장 전략보다 4차 산업 범주의 분야를 한데 아우른다는 인상이다. 전략위원회 구성도 관계기관 장관이 모두 포함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4차 산업과 관련된 부처가 모두 과제를 내놓으며 부처간 협업보다 성과에 매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경제부처는 너나 할 것 없이 4차 산업과 연관된 산업을 올해 업무계획에 담았다.

이렇다보니 정부에서 어떤 분야를 키워야 할지 벌써부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는 ‘백화점식 정책’이라는 부분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하던 창조경제를 경험했다. 정부가 협업으로 구축하겠다는 창조경제는 4년이 지난 현재에도 성공보다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이는 정부에서 창조경제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결과인 셈이다. 실제 지난해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지만, 출범 후 1년간 실적이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4차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수많은 4차 산업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본은 일찌감치 로봇산업을 4차 산업 육성전략으로 잡았다. 일본의 로봇시장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며 20년 장기불황을 종식시키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메릴린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전세계에서 로봇이 일자리에 빠르게 파고든 대표적인 나라다. 2012년 기준으로 31만 개가 넘는 로봇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는 세계 최초로 로봇이 호텔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

국내 로봇시장도 개화기를 맞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 로봇 산업은 2014년 기준 2조6000억원으로, 이중 제조용 로봇 부문(1조9700억원)이 74.3%에 달한다. 세계적으로 볼 땐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시장 규모가 4위 수준이다.

4차 산업은 로봇만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분야를 정부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대선주자들의 ‘묻지마 공약’도 우려스럽다. 모든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 공약을 들고 나왔는데, 뜬구름 잡는 청사진도 정책 방향을 걱정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문제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필두로 유승민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4차 산업을 키워드로 잡았다.

최근 시작된 대선주자 검증을 위한 각종 토론 및 인터뷰에서도 대부분 대선주자는 정책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우선순위로 올렸다.

이처럼 4차 산업은 국내 시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제 이 얼개를 얼마나 잘 풀어낼 수 있느냐가 숙제다. 창조경제도 넒은 범주에서 보면 4차 산업의 연속이었다. 다만 정부조차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추진한 것이 ‘실패’라는 성적표로 돌아왔다.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또다시 정책만 남발하고, 수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만 숙제인 4차 산업의 틀을 얼마나 잘 만들어 다음 정부에 넘겨줄지 국민 모두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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