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우전(烏鎮),예술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1-03 17:1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네덜란드 크루스 공연단이 선보인 ‘공룡부대’퍼레이드는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인민화보 양윈첸(楊雲倩) 기자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항저우(杭州), 상하이(上海)와 이웃한 저장(浙江)성의 작은 도시 우전에서는 예술인들의 파티가 한창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우전 공연예술(戲劇) 페스티벌(우전 페스티벌)’은 오늘날 중국에서 최대 규모, 최고 영향력을 자랑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작은 다리, 흐르는 물과 돌길, 배우와 관객 등등…. 충돌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요소들은 뜻밖에도 전혀 다른 불꽃을 만들어냈다. 이곳 우전에서는 어느 곳 하나 배우들의 무대가 아닌 데가 없었다.

작은 마을과 꿈의 예술
우전 페스티벌 발족 초기, 사람들은 이곳의 축제를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에 비교했었다. 이에 대해 우전 페스티벌 발기인 중 한 명인 중국국가연극원 멍징후이(孟京輝) 감독은 “우전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예술 페스티벌에) 비교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진짜 비교해야 할 것은 각자가 가진 개성이다. 우전 페스티벌은 동방의 미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즉, 무대예술이라는 집에서 무대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지기(知己)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제1회 개막부터 우전 페스티벌은 특별초청작(Specially invited plays), 아웃도어 카니발(outdoor carnival), 청년작가 경쟁(young theatre artists competition), 우전 다이얼로그(the Wuzhen dialogues and workshops) 등 4개 섹션으로 기획되었고 여기에 매년 1개의 특별 테마를 선정해 왔다. 올해의 테마는 ‘조(眺, Gaze beyond)’, 즉 ‘미래를 내다보다’이다.
해마다 열리는 페스티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섹션은 역시 세계 각국에서 온 ‘특별초청작’으로, 이들 작품은 우전 페스티벌의 영향력과 예술적 수준을 가늠케 한다. 1회때 6개의 특별초청작이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51개 국가(지역)의 예술인들이 특별초청작 부문의 참가를 신청했으며, 13개 국가(지역)에서 온 22개 작품들이 특별초청작에 선정되어 우전 페스티벌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었다.
‘우전 페스티벌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청년작가 경쟁 부문에는 올해 17개 팀이 참가를 신청했다. 좋은 작품이 많아 선정의 어려움을 고민하던 주최측은 결국 공연장소를 2개로 늘렸다. 1900여 개의 카니발 공연, 6회의 저명 예술인과의 대화, 5개의 공연 스튜디오와 함께 올해 신설된 행사 등이 관중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은 마을과 무대예술, 무대예술과 생활…. 페스티벌 발기인들이 품었던 꿈은 어느덧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벽을 허물고 대중의 품으로
아웃도어 카니발은 우전 시자풍경구(西柵景區)에서 펼쳐지는데, 이곳 비(非)전통극장 곳곳에서 선보이는 모든 공연은 관람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유럽과 달리 중국에서 는 아직까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공간예술의 매력을 발산하는 데 노력함으로써 우전 페스티벌은 공간예술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니발은 우전 페스티벌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섹션이다. 키다리 퍼레이드, 지방극, 인형극에서부터 즉흥공연과 어릿광대공연은 물론, ‘베니스의 상인’ 같은 유명 작품도 공연된다. 고전과 새로운 시도가 있으며 낯설기만 했던 행위예술과 친숙한 작품이 있는 곳, 여기가 바로 카니발 현장이다.
우전은 도시 그 자체로 작품의 무대이자 주인공이다. 관중에 지나지 않았던 사람도 잠시 뒤면 배우가 되어 작품을 완성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야외에서 펼쳐지는 아웃도어 카니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살짜리 꼬마가 배우를 따라 거리낌 없이 땅바닥에 눕는가 하면, 소녀들은 나희(儺戲)에 쓰인 육중한 파라솔을 들고 배우들의 동작을 따라 해보기를 원한다.
사실 노천공연이야말로 희곡의 최초 형태다.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과거 서양에서 노천극장과 아레나를 무대로 했던 공연이 오늘날 실내극장으로 옮겨졌고, 중국에서는 강호(江湖)에서 시작된 희곡이 묘당(廟堂)에서 번성하면서 희곡과 대중간 사이가 벌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아웃도어 카니발은 배우와 관객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면서 무대예술을 다시금 대중의 품에 돌려주었다.

 

“자! 모두 박수 치세요!” 나무다리를 착용한 캐나다 메리 베티 극단 여배우들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우전의 예술인들
*룬이줘(倫藝卓), 프랑스 아트 버즈 유니온(art birds union) 차이나프로젝트 책임자

“장소가 사람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했지만 예술은 본래 대중의 것이다.”
네덜란드 공연팀의 ‘공룡부대’는 올해 카니발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다. 황량함이 느껴지는 배경음악이 깔리고 7m 높이의 대형 공룡분장을 한 배우들이 연기를 시작하면 관객들은 깜짝 놀라며 작품에 몰입한다.
‘공룡부대’팀 외에도 14개 작품을 선보인 프랑스와 캐나다 공연팀 모두 아트 버즈 유니온 소속이다. 아트 버즈 유니온의 중국 프로젝트 책임자 룬이줘는 “대도시에서는 공간적 제약이 크지만 우전에는 많은 기회가 있다”며 “우전이 면적만 보면 작은 곳일지 모르나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민가, 거리, 돌다리 모두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회부터 해마다 우전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는 아트 버즈 유니온은 중국 관객들에게 유럽 공간예술의 매력을 선사해 주고있다. 동시에 룬이줘에게는 중국 관중의 변화와 중국 공간예술의 빠른 성장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중국에 아트 버즈 유니온의 팬이 상당하다. 우리 팀의 공연을 보기 위해 페스티벌 현장을 찾았다는 관중도 매우 많다.” 룬이줘의 말이다.

 

촨쥐(川劇, 쓰촨 지방극) 공연. 소박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뛰어난 연기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차오징(曹菁), 톈진윈(天津雲)극단 대표
“좋아하는 일을 해보라. 정말 행복하다.”
중앙희극학원 연기과를 졸업한 차오징은 다른 동기들과 달리 배우가 되는 대신 파트너와 함께 극단을 차렸다. 톈진윈 극단이 바로 그것이다. 톈진윈 극단은 좋은 작품이 있으면 주저 없이 배우들을 모집하고 무대에 올렸다.
지인들로부터 우전 페스티벌에 대해 들은 차오징은 올 초부터 작품의 영상물을 업로드하는 등 일찌감치 페스티벌 참가를 준비해 마침내 심사를 통과했다. 훙위안타이(宏源泰) 염색공방은 시자풍경구의 ‘랜드마크’로, 톈진윈 극단은 신체극 <령(靈)>의 무대로 이곳을 선택하기도 했다.
기타연주를 담당하고 있는 조지 할로웨이는 영국 출신으로 톈진음악학원 작곡가 주임이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두 명의 여배우는 각각 연기과와 현대무용과 학생이다. 신체극이란 음악이 몸을 따르고, 또 몸이 음악을 따르는 예술장르다. 3명의 배우는 일본에서 구입한 무용복을 입고 그 위에 흰색 페인트를 칠한 뒤 춤이라는 행위를 통해 육체와 희곡의 관계를 탐색한다.
무대예술에 매료된 차오징은 직접 무대감독이 되어 작품을 창작하기도 한다. 예술인으로서의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지만, 차오징은 흔들림 없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해보라. 정말 행복하다.” 차오징의 말이다.

 

80년대극단은 강남(江南) 수향(水鄕)의 작은 배를 무대로 삼아 수상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였다. 페스티벌 기간, 오래된 마을의 곳곳이 배우들의 공연무대가 됐다.[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


*왕스위(王世玉), 촨쥐(川劇, 쓰촨 지방극)극단 전임 단장
“관객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아예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우전 페스티벌에는 항상 젊음, 활력 등과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실제로 볜롄(變臉·변검), 펀훠(噴火, 불 뿜기) 같은 쓰촨 전통극이 등장하자 문예청년은 물론 일반 관객들까지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관람했다.
쓰촨(四川)성 몐양(綿陽)시 예술극장 촨쥐극단이 우전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일주일의 축제기간 동안 극단은 <볜롄>, <투훠(吐火)> 등 무형문화유산 등재 작품을 선보였다.
촨쥐극단 단장을 맡고있는 왕스위는 어린 시절부터 촨쥐를 배우기 시작해 12세에 입단했다. 현역에서 은퇴해 ‘라오왕(老王, 왕씨 아저씨)’으로 불리는 그지만, 이번 축제 에서는 일손이 부족한 탓에 후배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2000년 몐양시 촨쥐극단과 가무극장이 통합된 이후 극단은 시장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입이 줄어들면서 많은 이들이 극단을 떠났다. 현재 극단은 소도시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지만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은 60~70대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젊은 관객은 매우 드물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왕스위의 말이다.
극단 상황에 대해 묻자 ‘라오왕’은 “(촨쥐를) 배우려는 사람도 줄어들었고, 도중에 떠나는 배우들도 있다. 촨쥐 극단은 아직까지 여러 개가 있지만 공연을 보는 관람객들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아예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전 페스티벌의 아웃도어 카니발에서 만난 많은 관중, 특히 젊은 관중을 보며 라오왕은 다시 한번 힘을 얻었다며 미소 지었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