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돌연변이’ 이천희, 다른 얼굴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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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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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돌연변이'에서 생선인간 박구(이광수)사건을 취재하는 인턴 기자 상원을 연기한 배우 이천희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어쩌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기괴한 사회현상에 분노하고 피해자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정의와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원의 모습은 그리 멀지 않은,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표정과 닮아있었다.

영화 ‘돌연변이’(감독 권오광·제작 영화사 우상·제공 배급 필라멘트픽쳐스) 개봉 전인 10월 19일 아주경제는 극 중 정직원이 되고 싶은 인턴기자 상원을 연기한 배우 이천희(37)를 만났다.

“시사 후 몇몇 분들이 ‘너한테도 저런 표정이 있었니?’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일 기분 좋은 칭찬이었어요. 클로즈업했을 때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보여주고자 했고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었거든요. 그걸 관객분들이 알아줬다는 사실이 기뻤어요.”

‘돌연변이’는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 원을 주는 생동성 시험의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된 주인공 박구(이광수 분)를 통해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상원은 우리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해석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구가 상원에 남긴 말을 듣고 상원이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는데 그게 단순히 상원의 감정이 아닌 관객의 감정이었으면 바랐죠. 감독님도 그걸 원하셨고요. 창피함, 멋쩍음, 분노 등을 표정으로 녹여내기가 힘들었어요.”

영화 '돌연변이'에서 생선인간 박구(이광수)사건을 취재하는 인턴 기자 상원을 연기한 배우 이천희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이천희는 상원에 대해 ‘관찰자’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는 여타 캐릭터들과는 달리 정적이고 관찰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저 가만히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자 했고 그것이 관객들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길 바랐다.

“감독님의 디렉션이 상당히 어려웠어요. 복합적인 감정들을 이야기해주면서 표정에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최대한 권오광 감독님이 말하는 대로 따라갔고 토론토에서 처음 영화를 보고는 단박에 이해하게 되었어요. 상원의 클로즈업에서 느껴지는 표정과 감정은 그야말로 복잡 미묘했거든요.”

권오광 감독은 집요하고 끈질기게 이천희의 내면에 깃든 면모, 그리고 그의 표정들을 끌어냈다. 극 중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던 상원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도 권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상원의 톤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열어두려고 했어요. 그러다 촬영 10회 차부터 한 가닥을 잡고 끌어갔죠. 상원이는 있는 듯, 없는 듯 관객의 시선처럼 느껴지도록 연기하고 싶었어요. 잔잔하게 깔려가는 게 관건이었죠. 그래서 ‘내 역할이 너무 안 보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점점 상원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는 안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하게 됐죠.”

영화 '돌연변이'에서 생선인간 박구(이광수)사건을 취재하는 인턴 기자 상원을 연기한 배우 이천희가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이천희는 박구 사태에 주진(박보영 분), 박구의 아버지(장광 분), 김변호사(김희원 분)가 변호사 사무실에 모이는 장면을 설명하며 “상원의 역할과 톤에 대해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했다.

“기류를 많이 느끼게 됐어요. 구가 물통을 만지작거리는 것, 상원이 카메라로 사람들을 찍는 것 등 공기의 기운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서 감정이 분출될 수 있더라고요.”

새로운 방식의 디렉션. 이천희는 권오광 감독의 디렉션에 대해 높은 만족도와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보통 다른 감독님들에게는 ‘다른 것 없어?’라고 주문받고 했는데 권오광 감독은 달랐다”며 치밀하고 끈질긴 디렉션에 대해 설명했다.

“장례식 장면은 권오광 감독님의 디렉션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었어요. 상당히 추운 날 촬영이 진행됐는데 너무 추우니까 감정이 안 잡히는 거예요. 눈물도 안 나오고 감정이 확 깨지는 것 같았어요. 권 감독은 계속 저를 다독이고 하나하나 짚으면서 감정에 대해 말해줬어요. 나중에는 지칠 정도로요(웃음). 그 장면은 정말 저보다 권 감독이 만들어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작품에 대한 만족감은 곧 자신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이런 영화를 찍었단 말이야?’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분 좋고 뿌듯하죠. 복잡하고 많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보통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 같아요. 그 큰 메시지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할 수 있을까요. 전체적인 부분, 메시지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는 게 너무도 고마울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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