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CEO 열전3] 솔트 이은영 이사 "박신혜를 키운다는 건 그의 역사를 함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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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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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배우 박신혜는 한류와 관련해 수많은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가진 여배우다.

여배우 중 유일하게 아시아에서 단독 팬미팅을 개최했다. 2012년 일본을 시작으로 매년 진행되고 있는 이 행사는 이제 중국, 홍콩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일본 케이블채널 위성극장이 박신혜가 출연 한국드라마 ‘피노키오’ 방송을 앞두고 그녀를 초청해 특집 공개 방송을 진행했다. 위성극장이 남자 배우 초청 특집을 방송한 경우는 있었으나, 여배우를 초청해 특집 공개방송을 편성한 것은 박신혜가 처음이다.

2009년 ‘미남이시네요’부터 가장 최근작인 2014년 SBS ‘피노키오’까지 박신혜가 출연한 드라마는 모두 수출됐다. 그중 2013년 출연한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은 케이블 드라마 최고 수출가를 경신하며 일본에 팔렸고, ‘피노키오’는 대륙을 뒤흔든 ‘별에서 온 그대’를 제치고 역대 최고가로 중국으로 갔다. 아주경제가 박신혜를 키운 솔트엔트테인먼트(S.A.L.T. 엔터테인먼트) 이은영 이사를 만난 이유다.

“한류 시장을 겨냥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에요. 배우가 공감하고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 작품을 쫓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본연의 자세로 도리를 다했을 뿐인데…진심은 통하는 법이니까요. 대작이니 프로젝트니 하는 것들을 위주로 전략적으로 작품을 택하거나, 결과를 예측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세상이 어디 생각대로 흘러갈 만큼 만만한가요.”

솔트엔트테인먼트에 소속된 배우는 김정화와 박신혜, 그리고 신예 김지안뿐이다. 이중 김정화와 박신혜는 가수 이승환이 이끌던 드림팩토리 출신으로, 이은영 이사가 드림팩토리 막내매니저로 근무했던 지난 2002년 처음 만나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와 길고 깊게 소통하는 것이 이 이사의 방식이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함께해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으니까요. 배우 성향, 행동 패턴부터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파악하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요. 공장에서 물건 찍어 내는 것처럼 할 수 있나요. 그래서 배우를 많이 맡을 자신은 없네요. 배우가 잘하지만 대중이 원하지 않는 것 혹은 배우가 잘하지 못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으려면 배우가 무엇을 잘하고, 대중이 배우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그 간극을 좁히면서 무리 없이 캐릭터를 확장해 나갈 수 있죠. 없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하면서 변주가 일어나야 해요. 그런 작업은 배우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가능한 일이죠. 배우에게 내재된 가치를 꺼내는 일이 매니지먼트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가를 소재로 한 KBS2 드라마 ‘프로듀사’ 속 인기가수 신디와 소속사 변 대표 사이의 서슬 퍼런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다. 소속 연예인을 5000만 원짜리 배우, 300만 원짜리 가수라 칭하면서 남은 계약 기간과 수익을 계산하고, 그것에 맞춰 활동 방향까지 정해 버리는 '산수만 중시하는' 소속사가 즐비한 것이 현실이다. 이 이사는 “단기 수익만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것을 창출할 수가 없다”고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고부가가치를 끌어내는 작업이에요. 현재의 가치를 어떻게 조리해 어떠한 감동으로 생산할 지를 고민하는 것인데, 이것은 계약서나 수익률로는 답이 나오지 않거든요. 비록 현재는 돈을 못 벌지언정 나중을 생각할 수도 있어야 해요, 농사처럼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죠. 배고프다고 씨감자를 홀랑 먹어서는 안 되잖아요.”

그 일환으로 박신혜가 해외 팬미팅을 계약할 때마다 넣는 특이사항이 있다. 바로 '전담 작가' 투입이다. ‘몇 석에 얼마’로 계약하는 타 연예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2012년 박신혜의 첫 일본 팬미팅부터 함께한 작가다. 이 이사는 이 과정을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단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팬미팅을 토대로 올해 무대를 계획하고 올해 행사를 통해 내년, 멀게는 내후년 팬미팅까지 기획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함께해 온 사람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은영 이사는 이 모든 것을 '배우의 공'으로 돌렸다. 배우들이 자신을 믿고 기다려 주지 않았다면 모든 것은 망상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눈앞의 이익을 쫓지 않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소속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다른 매니지먼트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배우가 계약을 단기적으로 하면 플랜도 단기적으로 세울 수밖에 없겠죠. 우리는 배우들과 10년 넘게 일을 했고, 미래에도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일할 수 있죠.”

이은영 이사가 박신혜를 처음 만난 것이 13년 전, 데뷔작인 이승환의 노래 ‘꽃’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이다. 배우가 아니라 가수를 준비했다는 사실이 새삼 재미있다.

“박신혜는 초등학생인데도 똑 부러졌고, 나는 어리바리한 막내매니저였어요. 막내매니저의 주된 업무는 연습생들 트레이닝 시간표를 짜는 것이었죠. 당시 박신혜가 가수를 준비했을 때라 안무와 노래 수업이 많았는데 보컬 트레이너가 김연우였어요.”

박신혜의 필모그래피는 알차다. 한류의 중심이었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지후히메’ 최지우의 아역을 연기했고, ‘미남이시네요’로 꺼져가는 한류의 불씨를 살렸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발돋움했으며,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로 대학생의 싱그러움을 보여 준 후, 영화 ‘7번방의 선물’로 1000만 관객 클럽에 가입했다.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 ‘상속자들’, ‘피노키오’의 연이은 히트 속에 유일무이한 한류의 여왕이 됐다.

“작품을 고를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캐릭터입니다. 배우가 캐릭터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고민하죠. 겉으로 흉내만 내면 시청자는 단박에 알아채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나온 삶, 혹은 현재의 삶을 연기하도록 권장합니다. 예컨대 스무 살짜리 배우가 사회 초년생의 고단함을 연기한다는 것은 분명 무리니까요.”

그러면서 이 이사는 “그런 측면에서 어릴 때부터 배우로 활동하는 것은 반대다. 적어도 스무 살은 넘어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신혜는 초등학교 때부터 활동했는데 말이다. 이은영 이사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기가 자연스러우려면 평범한, 일상의 삶을 살아봐야 해요. 배우라고 해도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연기하니까요. 학교도 다니고, 어려움에 부딪혀도 보고, 연기자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요. 너무 어린 시절부터 소속사의 울타리에서 매니저 뒤에 숨어있으면 뭘 보고 느끼겠어요. 어릴 때부터 활동하는 연예인 중에 은행도 못 가는 사람도 있어요. 신혜는 흔치 않은 케이스죠. 아직도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 간다고 월 2만 원씩 계를 붓고, 회계도 도맡아서 하더라고요. 회사 회식한다고 하면 나서서 식당 예약도 하고요. 활동 때문에 휴학을 많이 해서 그렇지 학교 다닐 때는 평범한 학생과 다를 바 없이 열심히 다녔어요. 신혜처럼 할 수 없다면 너무 어릴 때부터 활동하는 것은 반대예요.”

소금을 뜻하는 회사 이름 솔트(S.A.L.T.)는 쉐어링(Sharing·나눔), 어뮤즈먼트(Amusement·재미), 러브(Love·사랑), 트러스트(Trust·신뢰)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은영 이사가 일을 하면서 마음에 각인한 말이다. 이 이사에게 이토록 교과서적이고 이상적인 직업의식을 불어 넣은 것은 누구일까? 가수 이선희다.

“학창시절 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이유가 뭔지 아세요? 가수 이선희 씨예요. 고등학교 때부터 이선희 씨 팬인데 당시 ‘나는 노래를 열심히 할 테니까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에 공부를 했다니까요. 그때보다 지금 더욱 청소년에게 스타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생각해요. 나라가 바로 서려면 청소년이 바로 서야 하는데, 그 청소년에게 큰 영향력을 주는 것이 바로 연예인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 연예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매니저고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했어요. 어린 제 조카가 존경할 만한 연예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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