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계, 흔들리는 가정] ‘줬다 뺏는 기초연금’ 빈곤노인 두 번 울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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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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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박스 수거를 마친 노인이 길거리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다. [김세구 기자 k39@aju]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올 2월 초 김모(79)씨가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 단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단칸방에서 발견된 그의 통장에는 단돈 27원뿐이었다.

김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매달 정부로부터 주거급여와 생계급여 38만9285원 등 모두 49만9288원을 받았다. 여기에 기초연금 20만원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장씨가 손에 쥔 돈은 69만9288원이 아니라 기존 기초생활수급비와 같았다. 기초연금이 '소득'에 해당한다며 생계급여에서 20만원씩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노인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씨처럼 기초연금을 받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실제 수급액이 증가하지 않는 노인은 40만명에 달한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를 두고 정부는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해 가을 노인복지관 방문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올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완책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개정, 오는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개정법 시행령은 여전히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계산하고 있다. 기존의 사각지대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빈곤사회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실질적으로 지급하려면 기초연금을 소득산정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이것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노인빈곤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 급식소에서 노인들이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남궁진웅 기사 timeid@]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방식도 논란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신청자의 소득(근로·사업소득 등)에 대한 '소득평가액'과 재산(집·땅 등 부동) 소득으로 재계산한 '소득환산액'을 합친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선정기준액은 매년 달라진다. 올해는 혼자 사는 노인가구는 월 93만원, 노인부부가구는 월 148만8000원으로 정해졌다.

문제는 재산을 소득으로 재계산할 때 시중 은행예금 이율보다 2배 이상 높은 5%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바람에 소득이 실제보다 고평가되면서 기초연금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만 65세 이상 농업인 300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수급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응답자의 10.7%가 기초연금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이유는 '농지 등 재산이 많아서'가 71.9%로 가장 많았다. 소득이 거의 없는데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박대식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 문제를 개선하려면 소득이 없는 농지의 경우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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