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무원 협업 인사혁신처, 제대로 공직사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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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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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ㆍ과장급 3개 직위 등 총 10개 직위, 민간에 개방

  • 민간전문가가 퇴직 공직자의 민간기업 재취업 여부 심사 총괄…관피아 쳑결 시동

  • 배타적인 공무원사회 시스템·근본체질 바꿔야 혁신 성공

[사진=아주경제]



아주경제 주진 기자 =관(官)피아 척결과 인사 혁신으로 공직사회를 대개조하겠다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첫 혁신 카드로 ‘민간개방’을 꺼내들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적돼 온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퇴직 공직자의 민간기업 재취업 여부 심사를 총괄하는 취업심사과장 자리를 민간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는 등 국ㆍ과장급 3개 직위를 포함한 총 10개 직위를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23일 국장급 인재정보기획관, 과장급 인재정보담당관ㆍ취업심사과장 등 간부급 3명을 외부 인사로 채운다고 밝혔다. 또 광고 및 기자 출신 각 1명(대변인실), 변호사 및 회계사 각 1명(법무담당관실), 인재발굴ㆍ조사 전문가 2명(인재정보담당관실), 정보화 및 정보보호 전문가 1명(정보통계담당관실) 등도 민간 전문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국장급인 인재정보기획관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공직후보자를 발굴해 정무직인 장·차관 등 임용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다.

민간인이 이 직위에 앉게되면 더욱 다양한 관점과 기준으로 인재풀을 꾸려 공직 후보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인사혁신처는 기대했다.

인사혁신처는 "취업심사과장에 민간인이 임용되면 그동안 '봐주기식 심사', '제 식구 감싸기' 지적을 받는 등 국민의 눈높이와 다소 거리가 있던 취업심사를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취업제한 강화 실효성을 확보하는 한편 관피아 논란을 불식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민간 인재들이 전혀 다른 체질의 공직 사회에 투입돼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이 많다.

인사혁신처 수장 한 사람과 10여명에 불과한 민간 전문가가 철옹성 같은 공직사회의 벽을 깨고 시스템과 근본 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 ‘공룡부처’ 인사혁신처, ‘민간은 소수...민간+공무원 협업체제?’

공직 개혁을 전담하는 부처로 승격한 인사혁신처는 과거 안전행정부 인사실보다 규모는 커지고 공무원 수도 50명 넘게 늘어 정원이 483명이나 되는 ‘공룡부처’가 됐다. 고위공무원 자리만 2개, 과장 자리는 9개나 늘어났다. 인사혁신처의 소속기관인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소청심사위원회의 원장과 위원장 역시 처장과 동급인 차관급이다.

인사혁신처 2인자인 차장에는 김승호 전 안행부 인사실장이 임명됐고, 인사실 산하 고위공무원들도 모두 인사처의 핵심국장으로 줄줄이 발령났다. 인사와 공무원연금을 다루는 인사혁신국과 성과복지국 국장 자리도 안행부 공무원들이 꿰차면서 ‘셀프 혁신’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23일 "앞으로도 민간인 충원이 필요한 직위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인사혁신처 인력의 30%를 외부와 경쟁하는 직위로 운영하는 등 공직 개혁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가 안팎에서는 개방직 민간인이 늘어나게 되면 공무원들과의 원활한 협업 체제가 가능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은 아무리 우수한 능력을 가진 민간전문가라 할지라도 ‘낙하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국 그들끼리 똘똘 뭉치는 관료사회의 배타적인 문화에서는 민간전문가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정부 때 민간의 다양한 경험을 공직사회에 접목시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처음 도입된 민간 개방형 제도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56.1%까지 크게 늘어났지만 근본적인 공직시스템을 바꾸지 못한 것은 바로 민간과 공무원 간 엇박자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개방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한 민간 전문가는 “민간전문가를 ‘점령군’식으로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배타적인 시각과 비협조적인 자세 때문에 업무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사진=아주경제]



◇ 인사혁신처, ‘독립성’ 우선....청와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인사혁신처는 관피아 척결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최근 관피아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정(政)피아 문제를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총리실 산하이긴 하지만, 공무원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이다. 인사위원장 자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맡고, 인사수석과 인사비서관, 인사혁신비서관이 실무를 맡고 있다. 현재 인사혁신비서관은 공석이다.

이 때문에 인사수석-인사혁신비서관과 인사혁신처장의 역할과 기능이 중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온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와의 유기적 협조체제가 불가피한 만큼 인사혁신처가 독립적으로 제대론 인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몸담은 측근인사였던 만큼 청와대의 입김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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