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실버코리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실버 여성의 미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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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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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미즈실버코리아 2014 퀸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입장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우리네 어머니도 그렇다.

5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세계에 단 하나뿐인 미인대회 ‘미즈실버코리아 2014 퀸선발대회’가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미즈실버코리아는 2001년 예향의 도시 전주에서 은빛미인선발대회로 출발해 2014년 전국대회로 발전했다.

수영복 대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48명의 참가자는 가족 걱정에 깊이 패였던 주름을 분으로 메우고, 마를 날이 없었던 손으로 곱게 한복 자락을 쥐었다. 식구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바쁘게 종종거렸던 발걸음은 수줍게 사뿐거렸다.

객석은 할머니를, 어머니를, 아내를 응원하러 온 가족으로 꽉 들어찼다. 오랜만에 화려해진 그들의 변신에 감격하면서, 그들도 언제나 여자였음을 잊고 산 미안함을 만회하려는 듯 경쟁적으로 응원했다. ‘우유빛깔 윤현숙 사랑해요 윤현숙’ 같은 플래카드는 물론이고, 후보자 사진을 선거용 포스터처럼 만들어 연신 흔들어대는 등 가족들도 이날을 위해 후보들 못지 않게 준비한 모습이었다.

한복 퍼레이드를 마친 이들은 미스코리아 후보가 그러하듯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영원한 공주” “자연 미인” 등의 ‘귀여운’ 수식어를 사용하는가 하면 “옥수수는 꽃보다 열매가 아름답다”거나 “회색빛 노년에도 태양은 화려하게 떠오른다”와 같이 미즈실버코리아 후보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구절로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많은 관심의 중심에 선 이들은 인사하며 스탠딩 마이크에 가채를 부딪히는 등 사랑스러운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압권은 휘스킨아트였다.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후보자 한명이 최소한의 속옷만을 착용하고 온몸을 타투아트로 꾸민 채 당당하게 무대를 누비자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에 놀란 경악스러움과 여느 20대 못지않은 몸매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객석에는 정적만이 돌았다.

클럽 패션, 양장 패션, 드레스 패션으로 구성된 쇼타임은 후보 각자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후보들은 스냅백에 미니스커트, 킬힐을 장착한 채 음악에 맞춰 연신 몸을 흔들어대거나, 양장으로 멋스러운 중년의 아름다움을 뽐내거나, 결혼식 이후 처음 입었을 드레스를 멋지게 소화했다. 생경한 어머니의 모습을 담기 위해 가족들은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작정한 듯 수백만원대의 카메라를 가져온 가족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기자 옆에 앉은 어느 후보의 딸은 “주책 맞게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연거푸 눈물을 훔쳤다.

48명 중 20명의 본선 진출자를 발표하는 순간 긴장이 역력한 후보자들 표정에선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싶은 간절한 진심이, 본선 진출만으로도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에선 그들의 소박함이, “맛있는 거 실컷 먹고 푹 자고 싶다는” 후보의 바람에선 치열했던 그간의 준비가, “64세에도 매끈한 다리를 위해 한여름에도 스타킹을 신는다”는 고백에서는 야속하게 흘러만 가는 세월과의 처절한 사투가 느껴졌다.

미즈실버코리아 2014 퀸 선발대회 1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대상은 한국적 마스크와 훤칠한 키를 자랑하던 기호 36번 박정수 씨에게 돌아갔다. 다른 후보자들이 매너상, 우정상, 문화예술상 따위를 받을 동안 시종일관 경직된 웃음을 짓다가 종종 긴장 서린 한숨을 내쉬거나 재빨리 근육을 풀기도 했던 한 후보는 대상에 이름이 호명되자 팔로 큰 원을 그리면서 객석을 향해 절을 올린 후 긴 팔을 쭉 뻗고 몸을 살짝살짝 흔들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제가 되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음…실버인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미즈실버코리아 관계자에게 감사하고 예쁘게 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합니다.” 가장 커다란 왕관을 쓴 박 씨는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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