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시진핑 회동설에 '얄타 2.0' 경계감…중국의 셈법은

  • 내달 APEC서 미중러 정상 한자리 모일까

  • 우크라·대만 운명 논의할 강대국 담판 우려

  • 엇갈린 이해관계 변수…의제 합의가 관건

  • 中 리더십 부각 기대…강대국 중심 세력 분할 경계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래픽AI 생성 이미지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래픽=AI 생성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3자 회동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얄타 2.0’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얄타회담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5년 2월 미국·영국·소련 정상이 얄타에서 만나 전후 국제질서와 유럽의 운명을 논의한 회담이다.  이번 미·중·러 회동을 얄타회담에 비유해 강대국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안보 문제 등을 논의하며 새로운 세력 균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다만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회동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고, 실제로 열리더라도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크라·대만 운명 논의할 강대국 담판 우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중국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푸틴 대통령, 시 주석과 타협을 모색하는 이른바 ‘얄타 2.0’ 구상이 국내외 동맹 체제를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러 제재를 유예하는 등 푸틴 대통령을 달래면서 정치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러시아·중국과의 대타협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위해 공조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러와 타협할 경우 우크라이나와 대만의 이익은 물론 미국의 동맹 체제까지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공화당 내부 분열 등 국내 정치적 후폭풍도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자국이 배제된 채 강대국 간 협상에서 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3자 회담이 어떤 내용일지는 모른다. 그건 그들 몫”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와 우리의 미래가 논의된다면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할 때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엇갈린 이해관계 변수…의제 합의가 관건

회동 성사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군축, 미중 무역갈등 등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공통 의제를 도출할 수 있을 지가 회동 성사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길 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보다 핵무기와 비핵화를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중국은 그간 미국의 핵군축 협상 참여 요구에 반대해 온 만큼 세 나라가 공통분모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회동이 성사될 경우 러시아는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상징적 성과를 거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논의할 외교적 무대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기존 동맹 관계의 제약을 넘어 세계 주요 강대국 지도자들과 직접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은 국제적 위상과 외교적 영향력을 높이는 상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21일 미·중·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APEC의 국제적 주목도가 높아지고, 중국으로서는 올해 가장 중요한 자국 개최 외교 행사에 역사적 의미를 더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국제 현안에서 중국의 지도력과 외교적 조정 능력을 부각할 기회라는 것이다.
 
中 리더십 부각 기대…강대국 중심 세력 분할 경계

그러나 중국이 이 회동을 무조건 반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하고 평등한 세계 다극화를 제창해 온 중국으로서는 강대국들이 세력권을 나누고 제3국의 이익을 희생하는 구도에 동참한다는 인상을 경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조보는 미·중·러 회동이 강대국 중심의 폐쇄적인 정치 구도로 이어질 경우 중국이 유럽과 아시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공간도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회동에서 국제 현안에서 협력할 수 있는 의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왕원 중국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 원장은 SCMP에 중국이 강대국 관계에서 발생하는 위험, 세계 경제 회복, 식량·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등 국제적이고 건설적이며 상호 이익이 되는 문제를 논의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상징적인 만남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인도 네루대의 헤만트 아들라카 연구원은 공식 회동이 어렵다면 세 정상이 함께 산책하거나 차를 마시는 정도의 비공식 만남을 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왕원 원장도 회동의 성과를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오판을 막기 위한 소통 채널을 마련하고, 국제 현안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각국의 레드라인을 보다 명확히 하는 정도의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회동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하거나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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