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은행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주인은 외국인일까. 이들 은행을 거느린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모두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금융은 전체 주식 10주 가운데 약 8주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이 외국인 소유처럼 보이지만 실제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4일 한국거래소의 국내 증시 외국인 보유현황 자료에 따르면 13일 종가 기준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8.53%로 집계됐다. 전체 상장주식 3억5468만여주 가운데 외국인 보유주식은 2억7851만여주에 달한다. 전체 상장종목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네 번째로 높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68.70%로 전체 8위를 기록했다. 신한지주는 61.28%로 19위, 우리금융지주는 52.11%로 35위에 올랐다. 국내 4대 금융지주 모두 외국인 투자자들이 전체 주식의 과반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지분율이란 무엇일까. 외국인 지분율은 상장회사의 전체 주식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이다. 가령 주식 100주를 발행한 기업에서 외국인이 7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외국인 지분율은 70%가 된다.
여기서 외국인은 해외 개인투자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투자회사 등 다양한 해외 투자 주체가 포함된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한 수치이기 때문에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고 해서 특정 외국인 투자자가 해당 기업을 지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금융지주들의 최대주주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2026년 반기보고서 기준 KB금융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3273만4500주(9.23%)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지주 역시 국민연금공단이 4363만195주(9.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하나금융지주도 국민연금공단이 2440만8932주(8.90%)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다. 우리사주조합 단독 지분율은 6.72%로 4895만1210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까지 합산하면 6193만6163주로 지분율은 8.51%다.
외국인들이 금융지주 주식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별 최대주주는 국내 기관이나 우리사주조합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금융지주를 단독으로 지배하는 것도 아니다. 4대 금융지주는 특정 오너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기업과 달리 주주가 분산된 구조다. 이사회가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고 회장 등 경영진이 업무를 집행하며 국내외 주주들은 의결권을 통해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지주회사에는 별도의 주식보유 규제도 적용된다. 금융지주회사법 제8조는 동일인이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원회 승인 등 법률에서 정한 예외가 있어 10%가 절대적인 상한은 아니다. 일반 은행 역시 은행법 제15조에 따라 동일인 지분보유를 원칙적으로 10%로 제한한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왜 국내 금융지주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까. 주요 요인으로 금융지주들의 수익성과 배당 매력 등을 꼽을 수 있다. 금융지주들은 은행을 중심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바탕으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배당을 통한 현금 수익을 중시하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금융주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할 때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몫도 크다는 의미다. 외국인 주주 역시 국내 주주와 마찬가지로 보유주식 수에 따라 배당금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78.53%인 KB금융이 총 1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배당기준일에도 같은 지분 구조가 유지된다면 약 7853억원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국내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이 배당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물론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받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 활동이다.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된 배당금이 모두 해외로 송금되는 것도 아니다. 일부는 국내 금융시장에 다시 투자될 수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주가 흐름을 이해하는 데도 활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을 꾸준히 매수하면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고 반대로 매도세가 이어지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지분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국 외국인 지분율은 기업의 국적이나 경영권을 단순히 판단하는 수치가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여전히 한국의 금융회사다. 다만 이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으로 나눌 때는 상당한 몫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외국인 지분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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