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 윤석열, 2심 무죄…"무상 제공 입증 증거 없어"

  • '58회 중 14회 유죄 인정' 징역 2년 선고 1심판결 뒤집어

  • "정치적 조언, 재산상 이익 아냐…정자법 위반 보기 어려워"

  • 법률대리인단 환영…"형사재판 기본 원칙 재확인한 판단"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명태균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명태균씨 [사진=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의 일부 유죄 판단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과 명씨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4년을, 명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선고의 이유로 핵심 혐의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이를 무상으로 제공한 것에 대한 의뢰나 협의 등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전혀 없다"며 "정치 자금 기부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제공받은 건 여론 동향 등 정치적 조언과 김종인, 이준석 등 유력 정치인 소개로 보인다"며 "이건 명씨가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욕구 또는 영향력 증대를 위해 유력 정치인과 관계를 맺거나 도움을 제공해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고자 했던 개인 사정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는 다른 조사들과 함께 정치적 조언을 위한 수단 또는 근거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시된 것이고, 여론조사 실시 여부나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며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정치적 조언은 정치적 이익으로 볼지언정 재산상의 이익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실시·제공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존재했다고 본 1심의 판단과 전면 배치된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총 2억7000만여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결과를 직접 전달한 여론조사 14회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정치 불신을 가중해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했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약 1396만원을,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다만 나머지 44회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명씨가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김 여사의 1·2심 재판부 역시 명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 활동이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사전 의뢰·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 역시 이러한 법적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냈다. 윤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단은 선고 직후 언론 공지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범죄사실이 추측이나 가능성이 아니라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형사 재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재확인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 전 과정을 통틀어 대통령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비용 면제를 요구·약속했다는 계약서, 녹취, 문자메시지 등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된 바 없다"며 "명씨 본인도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와 여론조사 실시 및 비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특검은 항소심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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