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완화 조건으로 핵사찰 재개 제안"

  • 물가상승률 90%·리알화 30% 급락…경제 압박 속 협상 카드 꺼내

  • 유엔총회 계기 유럽·중동 외교관에 제시…유엔 제재 복원 철회도 요구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의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폭격 피해를 입은 핵시설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접근을 다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비공개 협상에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유럽과 중동 외교관들을 만나 제재 완화와 핵 사찰 재개를 맞바꾸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제재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봉쇄로 이란 경제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란이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경제적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상 봉쇄를 비롯한 미국의 각종 제재로 인해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약 90%에 달하고, 리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30% 하락했다.

아울러 아라그치 장관은 유럽 측에도 지난해 복원된 유엔의 대이란 제재를 다시 취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스냅백' 절차는 지난해 9월 시작됐으며 유럽 측은 이를 철회하라는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지난주 미국 CBS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라그치 장관이 뉴욕에서 실제 협상 카드로 핵 사찰 재개 방안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미국, 이란 측 제안 거부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양보를 전제로 한 제재 완화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서 양보하는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고 동결자금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대부분 중단하고 해상봉쇄를 통한 압박에 주력하고 있다. 위성사진을 토대로 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유조선에 원유를 선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페르시아만 항구에 대한 미국의 봉쇄를 돌파할 의지나 능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는 높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여러 국가에 전략 비축 연료 방출을 요청하는 한편 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체결됐다가 이후 무산된 양해각서(MOU)에 이란의 핵 사찰단 복귀가 포함됐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이란은 이를 부인했다. 실제 합의문에도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후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서도 뚜렷한 진전은 나오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이란 당국자들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는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진행된 양측의 간접 협상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확실한 약속과 함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이 해상봉쇄를 해제하고 제재를 완화할 경우 7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겠다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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