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집값 잡는다더니, 누구의 발목을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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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폭을 줄이면서도 86주 연속 상승했다. 2020년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이어진 85주 상승 기록을 넘어섰다. 정부에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지만,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집을 마련할 기회가 더 멀어졌다는 뜻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은 거듭 나왔는데 집을 구할 문턱은 더 높아졌다.

지난주까지 같은 85주를 비교하면 이번 상승기의 누적 상승률은 17.5%로 과거 7.7%의 두 배를 웃돈다. 사이에 하락기가 있었지만 두 차례의 긴 상승장을 거치며 무주택자의 부담은 무거워졌다. 이번 상승이 현 정부 출범 전에 시작됐다고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정부 때 올랐느냐보다 월급을 모아 살 수 있는 집이 남아 있느냐다.

발표 1년을 앞둔 10·15 대책은 무엇을 바꿨나.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고가주택 대출한도를 줄였다. 당시 정부는 넓게 규제해 풍선효과를 막겠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차입과 갭투자를 억제할 필요는 있었다. 실제 대책 직후 서울 집값 상승폭도 둔화했다. 규제의 효과를 지워놓고 실패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승 속도를 늦추는 것과 주거 안정을 이루는 것은 다르다. 이번 주에도 강남3구와 용산은 내렸지만 서울 전체는 올랐다. 고가주택의 문턱이 높아지면 수요는 상대적으로 대출 여지가 있는 중저가 주택으로 움직인다. 지역을 넓게 묶었다고 가격대 사이의 이동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외곽의 ‘키 맞추기’는 그곳에서 출발해야 할 무주택자에게 주거비의 상향 평준화다.

규제는 자금력에 따라서도 다르게 작동한다. 대출을 조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보다 월급과 대출로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이 먼저 제약을 받는다. 실거주 의무는 갭투자를 막지만 새 전세 공급도 제약한다. 실제 서울 동북권 전세 매물은 10·15 대책 이후 올해 9월 집계에서 약 45% 줄어 있었다. 집을 사려 해도, 전셋집을 옮기려 해도 더 많은 목돈이 필요해지는 구조다.

공급 부족과 유동성, 서울에 집중된 일자리까지 얽힌 집값을 규제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부작용을 예상하고 보완하는 일도 정책의 몫이다. 집값 상승은 이어지고 금융의 문은 좁아지고 임대 물량도 귀해지는 조합은 무주택 청년에게 최악에 가깝다. 투기를 막겠다던 정책이 누구에게 가장 높은 문턱이 됐는지 물어야 한다.

지켰어야 할 것은 정상적인 주거 이동의 흐름이다. 직장 가까이 세를 얻고, 소득과 저축이 쌓이면 집을 마련하며, 가족이 늘면 옮겨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수요까지 가로막고서는 양극화를 줄이기 어렵다. 강남과 외곽의 가격 차이가 좁아져도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기회가 멀어지면 주거 격차는 커진다.

투기성 차입은 억제하되 생애 최초 구입과 실거주 이동에는 상환능력에 맞는 금융의 길을 남겨야 한다. 정부가 토허제 실거주 유예를 넓힌 것은 보완의 출발점이다. 세입자의 계약을 지키면서 거래가 가능한지, 임대 물량이 늘어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직주근접 공공임대와 부담 가능한 주택을 늘리고 공급 계획은 착공·입주 일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대출만 풀면 가격에 흡수될 수 있으니 금융 보완과 공급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책의 성적표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소득에서 얼마를 주거비로 쓰고, 얼마를 모아야 첫 집에 들어갈 수 있는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두 차례의 긴 상승장 끝에 더 멀어진 첫 집을 두고 또 기다리라고 할 셈인가. 집값을 잡겠다던 정책이 내 집 마련의 발목만 잡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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