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기록도 세웠다. 결승에서 일본을 3대 1로 누른 선수들의 노력과 성취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금메달의 환호 뒤에 또다시 '병역 특례'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선수들의 자격이나 금메달의 가치가 아니다. 현행 병역제도의 기준이 시대 변화와 국민의 공정성 눈높이를 따라가고 있는가에 있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다. 현역 복무 대신 자신의 분야에서 34개월간 활동하며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을 이행하는 제도다. 1973년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을 명분으로 시작됐으니 이미 반세기를 넘긴 셈이다.
국가대표가 태극마크를 달고 거둔 성취를 국가가 일정 부분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 보상의 기준이 과연 지금도 공정하고 합리적인가 하는 것이다. 특히 야구에서는 아시안게임 메달의 의미와 병역특례라는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지에 대한 의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KBO리그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지만 일본은 기업 소속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출전했다. 일본의 사회인야구가 단순한 생활체육 수준의 아마추어는 아니지만 양국이 대표팀을 구성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논란을 단순히 ‘일본 사회인야구를 이겼으니 병역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선수들은 국가가 정한 선발 절차에 따라 대표팀에 들어갔고 현행 법이 정한 조건을 충족했다.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혜택을 받는 선수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아시아 1위’라는 결과만으로 상당한 병역상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오늘날에도 합당하냐는 것이다. 더구나 종목마다 아시안게임의 경쟁 수준과 위상은 크게 다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프로 최고 선수들이 사실상 참여하지 않는 종목도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이런 차이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결과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한다.
반세기가 흐르면서 ‘국위선양’이라는 개념 자체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올림픽 시상대에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리는 장면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K팝과 영화, 드라마, 게임,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등 수많은 분야에서 한국의 기업과 개인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어느 한 분야의 국제대회 입상만을 떼어내 국위선양의 척도로 삼기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병역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누구에게 병역 부담을 지우고 누구에게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논란을 또 한 번의 스포츠계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일률적 기준이 지금도 타당한지,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등 대회별 경쟁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병역특례 대신 선수 경력 보호를 위한 다른 지원방식은 없는지까지 제도를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술과 체육, 대중문화 사이의 형평성 문제 역시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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