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공급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고가인 HBM4 비중까지 확대되면서 2027년 HBM 평균판매가격은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9일 내년 HBM 혼합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1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보다 가격 상승폭을 다시 높여 잡았다.
가격 상승은 단순히 같은 제품 가격이 두 배 오른다는 의미는 아니다. HBM 공급 자체가 부족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HBM4의 판매 비중이 늘고 내년 하반기부터 HBM4E 생산도 점차 확대되면서 전체 제품 평균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공급 부족의 배경에는 HBM과 일반 D램의 생산능력 경쟁이 있다. AI 서버용 HBM 수요가 늘고 있지만 첨단 D램 공정과 웨이퍼 생산능력은 한정돼 있다. 차세대 제품의 수율을 끌어올리고 생산량을 안정화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해 2027년까지 빠듯한 수급이 이어질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앞서 2027년 HBM 비트 출하량이 전년보다 50~60% 늘더라도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 역시 차세대 '루빈 울트라'에서 당초 12단 HBM4E뿐 아니라 8단 HBM4·HBM4E 등 여러 구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HBM 부족은 AI 반도체의 설계 방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들은 제품당 탑재되는 HBM 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수요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제한된 HBM 물량으로 더 많은 AI 칩을 생산하기 위한 선택이다.
특히 12단(12-Hi)보다 D램 칩을 적게 쌓는 8단(8-Hi) HBM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8단 제품은 스택당 D램 사용량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같은 HBM 생산량으로 더 많은 GPU에 메모리를 공급할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GPU·ASIC 업체들이 성능과 공급량, 비용을 함께 고려해 8단 제품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봤다.
다만 용량당 가격은 오히려 8단 제품이 비싸다. HBM은 D램층 수와 관계없이 스택마다 베이스다이 1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베이스다이 비용을 나눌 D램 용량이 적은 8단 제품은 12단보다 기가비트(Gb)당 가격이 약 10~20%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HBM 탑재량 조정은 GPU 한 개의 전체 원가 부담을 일부 낮출 수 있지만 HBM 가격 자체의 상승 흐름을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공급 부족과 차세대 제품 전환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2027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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