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를 바라보는 국민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현재의 분단 상태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강해진 반면 통일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조사 초기보다 크게 낮아졌다. 다만 북한 정권과 핵 위협에 대한 불신은 오히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져 '국가로는 인정하되 신뢰하지는 않는' 복합적인 인식이 뚜렷해졌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9일 발표한 '2026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남북을 현실적으로 독립된 별개의 국가로 본다는 응답은 81.8%에 달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다는 응답도 53.5%로 절반을 넘었다.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인식도 변했다. 실질적인 통치권이 미치는 남한 지역만 대한민국 영토라고 본 응답은 60.8%로 지난 20년간 가장 높았다. 반면 헌법에 따라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본 응답은 28.3%에 그쳤다.
통일 자체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9.0%로 2007년 63.8%보다 크게 줄었다.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은 31.5%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20·30대에서는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25.2%, 27.0%에 그쳤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런 변화가 북한의 최근 '적대적 두 국가' 선언 때문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인식이 지난 20년간 50% 안팎을 유지해왔다며 "단기적 사건보다 장기간 축적된 남북관계의 경험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을 별도 국가로 받아들이는 것과 북한 정권을 정당한 정부로 인정하는 것은 달랐다. 대한민국 정부만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응답은 83.6%로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북한 정권과 대화·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78.3%,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90.4%에 달했다.
대북정책에서도 통일보다 공존에 무게가 실렸다.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목표로 '평화공존·평화정착'을 꼽은 응답은 61.6%였다. '남북통일'은 15.3%에 그쳤다. 모든 연령대와 정치성향에서 평화공존을 택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정치성향별 안보 인식에서는 이례적인 결과도 나왔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높게 본 비율은 진보층이 62.4%로 보수층 54.2%보다 높았다. 김병로 객원연구원은 이를 두고 "지금까지 반복돼온 양상과 다른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7월 전국 만 19~74세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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