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건네는 따뜻한 안부…故 전유성의 생전 마지막 '겨울소풍'이 시작된다

  • 지리산·광주·팽목항 거쳐 해남 땅끝으로…현대화된 프레임 속에 담아낸 시대의 슬픔과 희망 전달

독립 장편 다큐멘터리 로드무비 제작진사진푸른별씨네마
독립 장편 다큐멘터리 로드무비 제작진.[사진=푸른별씨네마]
강원도 정선의 깊은 오지,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닿는 덕산기계곡에서 특별한 영화 시사회가 열린다.

생전 숱한 사람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건넸던 개그맨 고(故) 전유성이 마지막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영화, '겨울소풍-땅끝에 선 사람들'이 오는 10월 9일 한글날 오후 6시 관객들과 첫 인사를 나눈다.

'겨울소풍'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여행과 음악, 그리고 현장 퍼포먼스를 융합한 120분 안팎의 장편 독립 로드무비다.

푸른별씨네마와 푸른별이야기-극단 서낭당이 제작하고 배우이자 오지 여행가로 알려진 최일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의 출발선은 27년 전으로 슬그머니 올라간다.

최 감독과 동료 예술가들은 정선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영상에 담고자 길을 나섰으나 당시 턱없이 부족했던 제작비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열망은 세월이 흘러 장비의 현대화와 제작 환경의 개선이라는 날개를 달고 다시 길 위에 섰다.

영화의 시발점은 지난 1962년부터 2001년까지 석탄을 뿜어내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지금의 정선 삼탄아트마인이다.

출연진은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땀 흘린 광부들과 엄동설한을 녹여준 석탄을 향해 '하얀 산 검은 땅-석탄아 고마워!'라는 뜻깊은 헌정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특히 故 전유성은 이 무대에서 동물과 식물, 그리고 광물과 사람에게 올리는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작품의 묵직한 울림을 더할 예정이다.

투병 중인 악조건 속에서도 카메라를 향해 담담히 메시지를 던졌던 그의 열정에 최 감독은 깊은 그리움을 표했다.

지난 30년 넘게 스승과 제자이자 동료로 인연을 쌓아온 최 감독은 "후반 작업을 하며 화면을 볼 때마다 선배님이 여전히 곁에 살아 계신 것만 같다"며 울컥한 심경을 전했다.

여정은 정선을 출발해 제천, 지리산, 광주, 하동, 목포, 진도를 거쳐 남도의 끝자락 해남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지리산 능선에서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강렬한 북소리와 몸짓이 울려 퍼지고 광주 옛 5·18묘역에서는 김홍기 법사와 최일순 감독이 '넋전아리랑'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랜다.

진도 팽목항에 이르러서는 소리와 북,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해원'을 통해 남아 있는 이들의 깊은 슬픔을 어루만진다.

마지막 기착지인 해남 땅끝마을. 더 이상 발 디딜 육지가 없는 그곳에서 배우 전형근('뜽구' 역)이 그려내는 '우주'라는 새로운 방향과 함께, 여행자들은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새해 첫 일출을 바라보며 다시 삶을 살아낼 용기를 노래한다.

땅끝의 태양은 '끝이란 절망이 아니라 뒤돌아서면 곧 새로운 시작점'이라는 메시지를 나지막이 웅변한다.

기주봉, 정재진 등 베테랑 배우들과 명인들이 합류해 만든 '잭슨', '몸빼', '뜽구', '법사' 같은 유쾌한 극 중 이름들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시대의 상처를 따뜻한 온도로 건너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유명 관광지의 화려함 대신 이 땅을 버텨낸 보통 사람들의 얼굴을 조용히 비추는 '겨울소풍'.

광부의 땀방울과 5월 광주의 아픔, 팽목항의 기다림을 지나 땅끝의 새 아침에 다다르는 이 묵직한 여정은 "이러함에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따뜻한 위로를 관객들의 가슴에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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