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자녀가 받은 용돈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명절마다 받은 돈을 그대로 소비하기보다 자녀 명의 계좌에 차곡차곡 모으면 자연스럽게 금융 습관을 길러주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자녀 명의의 별도 계좌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통장을 만들기 위해 직접 영업점을 찾아야 했지만 현재는 은행이나 증권사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부모의 신분과 법정대리인 여부, 자녀의 실명을 확인한 뒤 개설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원 여부와 필요한 서류 등은 금융회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자녀가 어리거나 원금 손실을 원하지 않는다면 예·적금이 가장 단순한 선택이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마다 받은 용돈을 수시입출금 통장에 그대로 두기보다는 일정 금액이 쌓일 때마다 정기예금으로 옮기거나 매달 적금에 나눠 넣는 식이다. 어린이·청소년 고객을 대상으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있어 가입 전 기본금리뿐 아니라 우대조건과 납입한도를 함께 비교할 필요가 있다.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면 증권계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자녀 명의 증권계좌를 만든 뒤 명절 용돈을 모아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다. 다만 예·적금과 달리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단기간에 쓸 교육비나 학원비까지 투자자금으로 돌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녀와 함께 투자 대상을 정하고 수익률을 확인하도록 하면 금융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행 세법상 미성년자가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으면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성년이 된 이후에는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증여에 대해 10년간 5000만원까지 공제된다. 따라서 자녀에게 목돈을 미리 이전할 계획이 있다면 과거 증여 내역까지 함께 따져보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부모가 보내준 돈을 예금이나 적금에 넣거나 주식 투자에 사용했다면 단순 생활비와는 구분해야 한다. 국세청은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는 비과세 대상으로 보지만, 같은 명목으로 받은 돈이라도 이를 예·적금하거나 주식·부동산 등을 사는 데 사용한 경우에는 비과세 생활비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명절마다 오가는 소액 용돈까지 일일이 증여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국세청도 가족 간 소액 이체를 일률적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결국 금액과 지급 목적, 실제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용돈을 목돈으로 만들려면 수익률보다 먼저 '돈이 섞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부모 계좌에 함께 보관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기보다는 자녀 명의 계좌를 만들어 명절 용돈과 정기 용돈을 꾸준히 쌓고, 입금 내역을 남겨두는 방식이다.
명절에 받은 5만원, 10만원은 당장 큰돈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설과 추석, 생일 등 해마다 반복해서 받는 돈을 따로 모으는 습관을 들이면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커진다. 올 추석 자녀에게 봉투째 용돈을 건네는 대신 '첫 통장'을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자녀가 돈을 모으고 굴리는 법을 배우는 금융교육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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