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9~10월 도입 예정 원유 물량을 전년 평균의 90% 이상 확보한 데 이어 11월 물량도 70% 이상 확보한 상태다.앞서 7~8월 실제 도입 물량도 전년 동기 대비 100%를 웃돌았다. 정부 역시 현재까지 확보한 물량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국내 원유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차다. 중동에서 원유를 선적해 국내에 들여온 뒤 정제설비에 투입하기까지 통상 1~2개월가량 걸린다. 계약 시점까지 고려하면 원유 확보부터 국내 도입까지는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최근 중동의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그 여파가 11월 이후 도입 물량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는 현지 선적부터 한국에 도착해 정제설비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1~2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며 "10월 하순에서 11월까지는 특이사항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후 물량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우회 수송로 확보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대체 원유를 둘러싼 경쟁도 부담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남미 등에서 대체 유종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이 동시에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설 경우 원유 가격뿐 아니라 장거리 운송에 따른 운임과 보험료 등 부대비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최고가격제 장기화도 정유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도입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와 원유 도입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정유사가 이를 국내 판매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원유 가격에 운임·보험료까지 동반 상승할 경우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가와 판매가격 간 괴리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손실보전도 주요 변수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을 재정으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발생한 손실을 전액 보전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정유사들이 추산한 손실액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원가 기준 등을 토대로 지원 규모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존에 확보한 물량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중동 상황이 장기화하면 이후 들어오는 원유부터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최고가격제로 가격 대응까지 제한된 상황에서 원유 조달비용이 추가로 올라가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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