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의 집행정지 신청으로 현장조사와 담합 시정조치에 제동이 걸린 것에 대해 "경제적 약자의 최후의 보루가 완전히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기업의 방어권뿐 아니라 공정위 법 집행으로 보호받는 소상공인·소비자의 권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주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최근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현장조사를 둘러싼 법적 다툼에 대해 "30일 정도 유보하면 실질적으로 현장조사의 실효성은 무력화된다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쿠팡 측이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불응했고, 법원에 공정위 현장 조사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달 23일까지 현장 조사 결정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둔 상태다. 쿠팡은 행정조사에 나서려는 기관장은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에게 서면조사로 통지해야 한다는 행정조사기본법을 공정위가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화에서도 자료 제출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도 이를 인용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 현장조사가 피조사자의 동의를 구한 뒤 진행되는 만큼 경찰과 검찰의 압수수색과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조사 때문에 기업이 영업을 못하거나 생산 활동이 중단되는 일은 있지 않다"며 "현장조사를 실질적으로 이루지 못하게 된 상황은 매우 중대한 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의 대부분 법안들은 경제적 약자들의 최후의 보루로, 특히 대규모유통업법은 소상공인의 권익을 지킨다"며 "조사 때문에 방어권이 침해되는지를 판단할 때 법 집행이 보호하는 공공의 권익이 무엇인지를 비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사 관련 내부 규칙을 점검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 조사와 관련한 여러 내부 규칙 등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조사를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분명하게 없애는 방식의 개정 방안도 살펴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부 사건의 가격재결정명령의 효력이 정지된 데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가격 재결정과 경쟁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사법부는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판단할 때 양자를 공정하게 저울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사건 처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유사 석유류 가격 담합 의혹은 10월까지 조사를 마치고 심의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세 차례 전원회의 심의를 마친 국고채 금리 담합 사건은 입찰 제도의 복합성과 금융시장·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두나무 기업결합은 연내 심의를 목표로 심사한다. 검색·간편결제와 가상자산 분야의 지배적 플랫폼 간 결합으로, 10여 개 연관 시장에 미치는 경쟁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심사 지연으로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에는 "두 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간 결합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중점조사기획단은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담합과 여러 법 위반이 결부된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 주 위원장은 "불공정행위로 얻는 부당 이익보다 법 위반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현저히 더 크도록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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