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열린 ‘제3회 서울 스마트도시 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인공지능(AI)이 감염병 발생을 예측하고,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돕는다. 쓰레기를 현금으로 환급하고, 행정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등 도시 문제 해결법이 서울 한자리에 모인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서울 스마트도시 상(Seoul Smart City Prize)'은 이제 세계 도시의 우수한 기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각 도시가 문제 해결 경험을 공유하고, 해법 확산을 통해 '글로벌 정책 교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상식은 10월 6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인 '스마트라이프위크(SLW) 2026'과 연계해 개최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국내외 도시 대표와 심사위원, 수상자, 시상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총 21개 수상작을 선정·시상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SLW 2026'은 'AI로 그리는 미래 도시의 일상'을 주제로 AI, 로봇, 모빌리티, 스마트 헬스케어 등 첨단 기술이 시민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직접 경험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세계 도시의 문제 해결 사례를 발굴하는 '서울 스마트도시 상'과 미래 도시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는 'SLW'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셈이다.
서울시가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서울 스마트도시 상'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최신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도시가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고, 그 결과 시민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중점으로 평가한다.
사람 중심 부문에서는 디지털 격차 해소와 사회적 약자 보호 등 포용적 정책과 서비스를, 기술 혁신 부문에서는 모빌리티·안전·복지·환경 등 도시 전반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정책과 서비스를 평가한다.
올해 본선 진출작들은 단순히 AI나 로봇 같은 첨단 기술만을 '스마트 도시'에 적용하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는 '우리집 돌봄 도우미'를 통해 돌봄 문제에 접근했고, 대만 타이베이는 기술을 활용해 아동의 역량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영유아와 가족을 위한 통합 정책을, 요르단 암만은 시민 목소리를 도시 정책에 반영하는 '경청하는 암만'을 추진했다. 필리핀 케손시티는 쓰레기를 현금으로 환급하는 방식의 디지털 순환경제 모델을 선보였다.
'사회적 약자'의 일상을 바꾸기 위한 기술도 눈에 띈다. 프랑스 기업 고센스는 시각장애인과 저시력 시민의 도시 이동을 돕는 스마트 이동 보조 시스템을, 스페인 기업 스테르나 이노베이션은 사람 중심의 포용적 스마트 이동 인프라를 제안했다.
이처럼 각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기술'보다 '문제' 인식에 우선적으로 접근했다. 시민의 돌봄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아이들의 교육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장애인의 이동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도시의 폐기물을 어떻게 자원으로 바꿀 것인지 등 각 도시가 안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에서 출발해 기술과 정책을 결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마트도시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각 도시가 처한 현실 속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낸 사례를 발굴하는 것이 '서울 스마트도시 상'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제4회 서울스마트도시 상' 시상식 개요와 1차 현황. [자료=서울시]
올해는 AI를 활용한 도시 문제 해결 사례도 다양하게 본선에 올랐다. 콜롬비아 산티아고 데 칼리는 AI 기반 뎅기열 예측·감시 및 조기 대응 시스템을 선보였고, 대만 가오슝은 가로수 전도 위험을 AI로 모니터링하고 조기에 경보하는 시스템을 추진했다.
튀르키예 코냐는 소방 대응을 위한 가상 전술센터를, 스페인 마드리드는 데이터와 AI, 도시 지능을 결합한 인간 중심의 도시 전환을 추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사람·AI·기술을 연결한 'MyLA311 2.0'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는 AI 기반 기업용 통합 플랫폼을 선보였다.
시상식 규모도 성장세에 있다. 2023년 첫 공모에는 47개국 93개 도시에서 240건이 응모했다. 2024년에는 58개국 123개 도시 216건, 2025년에는 52개국 115개 도시 220건이 참여했다. 올해 제4회 공모에는 55개국 133개 도시에서 총 210건이 응모했다. 매년 50여 개국에서 200건 넘는 사례가 참여해 세계 도시의 혁신 사례가 모이는 국제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사람 중심 부문 금상을 받은 체코 프라하는 시민·기관·학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도시문제 해결 체계를 구축했고, 기술 혁신 부문 금상을 받은 두바이는 AI를 활용해 식품안전 관리 체계를 통합·현대화했다.
올해 역시 첨단 기술의 화려함 대신 '도시가 실제로 무엇을 해결했는가'가 수상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세계 도시가 서울에서 단순 기술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 도시에서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해법으로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공유하는 장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수상 도시와 기관에는 상장과 상패를 수여하고, 이후에도 우수 프로젝트를 세계에 알려 다른 도시와 협력할 수 있도록 후속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SLW 해외 도시관 전시부스를 제공하고, 스마트도시 역량 강화 연수, 국제 협력 사업 연계 등을 통해 수상 성과가 다른 도시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영준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은 "AI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로 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나아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서울 스마트도시 상'이 세계 도시의 문제 해결 경험을 나누고, 도시와 도시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협력의 장으로 자리 잡도록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