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들 사이에서 '참교육'이 화제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이후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학교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소송 위협 속에서 교사들은 점점 교육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15년째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단에 서고 있는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 김한나 씨는 "현장의 교사들은 모두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교직에 들어선다"면서도 "정상적인 생활지도마저 악성 민원이나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교사가 되거나 스스로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권보호국이 '선생님들과 함께 싸워주겠다'며 약속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며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교사들에게 상위 기관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겠다는 메시지가 지금 대한민국 교사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라고 했다.
김 씨는 "학생 간 다툼을 제지하거나 훈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나 발언까지 아동학대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며 "교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징계가 아니라 경찰 조사와 소송"이라고 말했다.
실제 교권 침해 사례도 심각한 수준이다.
교사 노동조합에 접수된 한 사례에 따르면 폭력 성향을 보이던 학생이 동급생을 폭행하려 하자 교사가 이를 제지했다. 그러자 학생은 교사를 발로 차 넘어뜨린 뒤 가슴 위로 올라타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교사는 추가 폭행을 막기 위해 학생의 손목을 잡았을 뿐이지만, 학부모는 오히려 교사가 학생을 폭행했다며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해당 학부모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 교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교사는 수개월 동안 경찰 조사와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교사들은 이러한 사례가 결코 예외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이자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인 채윤주 씨는 "넷플릭스 드라마 속 사례가 과장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혀 아니다"라며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낮은 수준의 교권 침해부터 심각한 수준의 교권 침해까지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 민원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현장 체험학습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왜 사진을 보내주지 않느냐는 항의가 들어오고, 사진을 보내면 왜 우리 아이 표정이 어둡냐는 민원이 제기된다. 생존수영 수업에서 물을 무서워하는 학생이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관찰하는 모습을 촬영해 보내면 "왜 물에 들어가지 않았느냐"는 항의가 이어진다.
교사들의 복장도 민원 대상이다. "왜 검은색 옷을 입었느냐", "원색 옷을 입어야 아이들의 색감이 길러진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퇴근 이후에도 "우리 아이 표정이 왜 안 좋으냐", "선생님이 혼낸 것 아니냐"는 문자와 전화가 이어진다. 응답하지 않으면 보복성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채 씨는 "교사가 학생보다 학부모를 더 두려워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누구도 적극적으로 학생을 지도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권 침해는 결국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로도 연결된다.
최근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 안민석 당선인이 드라마 속 명칭을 따 '교권보호국' 설치를 공론화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안 당선인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핵심은 교권과 학습권을 함께 지키는 것"이라며 "심각한 문제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교육청이 책임지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계에서는 교사 개인이 민원과 소송을 감당하는 현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교총은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당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과 분쟁에 대해 국가가 교사를 대신해 법률 대응을 맡는 제도다. 교사가 홀로 경찰 조사와 법정 공방을 감당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 악성 민원이나 허위 아동학대 신고가 무고로 확인될 경우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고발하는 이른바 '악성 민원 맞고소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교사들은 교권 회복이 특정 직군의 권익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한다.
채 씨는 "선생님들 사이에는 '열심히 하는 교사는 단명한다'는 말이 있다"며 "교사가 몸을 사리게 되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조사 결과는 교사들이 체감하는 위기의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6년 4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서는 교사의 86.0%가 최근 1년 이내 교권 침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식 신고를 한 비율은 13.9%에 불과했다. 신고를 주저한 이유로는 악성 민원 우려(85.0%),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부담(81.8%), 수업 중 몰래 녹음에 대한 불안감(80.9%) 등이 꼽혔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올해 6월 전국 교원 2,9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87.2%가 최근 3년 내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지속적인 교육활동 방해’가 74.8%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나 협박이 56.0%, 학생의 욕설·폭언이 37.4%, 물리적 폭력이 11.2%를 차지했다.
교사들이 느끼는 직업적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교원 8,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9.2%는 최근 1~2년 사이 교직에 대한 자부심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또한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가장 큰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으로는 ‘학생·학부모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교권이 침해될 때’가 67.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의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3년 5,050건에서 2024년 4,234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2020년의 1,197건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2025년 1학기에도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189건으로 집계됐다. 침해 주체는 대부분 학생이었으며, 학생에 의한 침해가 2,000건, 보호자 등에 의한 침해가 189건으로 나타났다.
교권 침해에 따른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피해 교원에 대한 보호조치는 2022년 3,035건에서 2023년 6,699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교육활동보호센터 이용 실적 역시 2022년 약 6만2,000건에서 2024년 약 12만4,000건으로 급증했다. 2025년 1학기 기준 상담과 법률 지원 등을 포함한 이용 건수는 약 5만3,000건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들은 교권 침해가 단순한 일부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임을 보여준다. 법과 제도가 강화됐음에도 현장 교사 상당수는 여전히 악성 민원과 교육활동 방해, 폭언·폭력에 노출돼 있으며, 상당수는 피해를 입고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교권 보호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교육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 '참교육'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른이 아이들을 무서워하면 세상은 망한 겁니다."
현장 교사들이 이 대사를 유독 많이 언급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드라마 속 이야기가 더 이상 드라마로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권력이 아니다.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한, 그리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했을 때 국가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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