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6-3 지방선거 읽기] 11%p냐 0.1%p냐…서울시장 여론조사가 흔들리는 이유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가 요동치고 있다. 어떤 조사는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선다고 말한다. 반면 다른 조사는 두 후보가 사실상 초접전이라고 분석한다. 같은 서울, 같은 시기, 같은 선거인데 왜 이런 극단적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단순히 “민심이 복잡하다”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숫자의 간극이 너무 크다. 여론조사의 목적은 결국 실제 투표 결과에 가장 가까운 민심의 모수를 추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단순한 ‘다양한 민심’이 아니라 한국 여론조사 시스템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동서울우편집중국 찾아 택배 업무 체험하는 정원오 후보왼쪽와 가락시장 찾아 배추 나르는 오세훈 후보 사진연합뉴스
동서울우편집중국 찾아 택배 업무 체험하는 정원오 후보(왼쪽)와 가락시장 찾아 배추 나르는 오세훈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번 서울시장 여론조사를 이해하려면 먼저 전화면접과 ARS(자동응답) 방식의 차이를 봐야 한다. 이달 공개된 주요 조사들을 보면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정원오 후보가 비교적 안정적인 우세 흐름을 이어간다. 7~11%포인트 차 조사도 적지 않았다. 반면 ARS 조사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오차범위 안까지 따라붙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는 0.1%포인트 차까지 좁혀졌다.


정치권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조사만 들고 온다. 민주당은 “서울 민심이 이미 기울었다”고 말하고, 국민의힘은 “숨은 보수층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핵심은 어느 숫자가 맞느냐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느냐”에 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응답률(response rate)이다. 과거 유선전화 중심 시대에는 여론조사 응답률이 40~5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전화면접 조사도 응답률이 10% 안팎인 경우가 많고, ARS는 5% 미만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흔하다. 문제는 응답하지 않는 90%다. 현대 여론조사의 가장 큰 위기는 표본오차가 아니라 비응답 편향(nonresponse bias)이다.


쉽게 말해 정치에 관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전화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정 후보를 강하게 지지하는 유권자는 적극 응답하지만 정치 무관심층이나 중도층은 조사 자체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여론조사는 ‘전체 유권자’가 아니라 ‘응답하려는 유권자’의 심리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커진다.


특히 ARS는 정치 고관여층이 과대 표집될 가능성이 높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강한 정치적 의사를 가진 층이 적극 참여한다. 반면 전화면접은 조사원이 직접 묻는다. 이 경우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이 작동할 수 있다. 응답자가 자신의 실제 속마음보다 사회적으로 무난하다고 느끼는 답변을 선택하는 현상이다.

 

미국 대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샤이 트럼프’ 현상이 대표적이다. 조사원과 통화할 때는 트럼프 지지를 숨기지만 실제 투표장에서는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다. 한국 정치에서도 비슷한 현상은 존재한다. 특히 보수층이 정치적으로 위축됐다고 느낄 때 전화면접보다 익명성이 강한 ARS에서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ARS 조사에서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이유 역시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화면접은 여권 지지층 응답이 과대 표집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대로 민주당은 “ARS는 강성 보수층 과대 표집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론조사 결과는 단순히 전화면접과 ARS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표본 추출 방식, 휴대전화 가상번호 사용 여부, 유·무선 비율, 가중치(weighting) 설계, 조사기관 모델링 등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른바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다. 특정 조사기관이 반복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성향을 상대적으로 높게 잡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에서도 이런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2016년 대선 당시 다수의 전통 전화면접 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우세를 전망했지만 일부 자동응답·온라인 기반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의 숨은 지지층을 더 민감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미국 정치학계는 단순 지지율보다 교육 수준 가중치, 비응답층 보정, 적극투표층 모델링 문제를 집중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비슷한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유권자는 갈수록 분화되고 있다. 2030과 6070, 강남과 강북, 자가 보유층과 무주택층, 정치 고관여층과 무당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여론조사 역시 더 이상 단순 평균으로 민심을 읽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 지방선거가 아니다. 부동산 민심, 정권 견제론, 재건축, GTX, 생활안전, 강북 개발, 세대 투표율이 모두 얽혀 있다. 여기에 막판 보수 결집 변수까지 존재한다. 실제 선거에서는 “지지율”보다 “누가 투표장에 나오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이 지점에서 투표율 이야기가 다시 중요해진다. 단순히 “결국 투표율이 중요하다”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어떤 조사 방식이 실제 적극투표층(likely voter)을 더 잘 반영하는가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ARS가 정치 열성층을 더 민감하게 잡는다면 막판 결집 국면에서는 실제 결과와 더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전화면접이 중도층과 일반 민심을 더 안정적으로 포착한다면 전체 판세 흐름을 읽는 데 더 유효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사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어떤 유권자를 반영하느냐다. 여론조사는 숫자의 과학이지만 동시에 인간 심리와 응답 행동이 결합된 사회과학이다. 그래서 숫자 하나만 보고 “이미 끝났다”거나 “역전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서울시장 선거는 지금 두 개의 민심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에 가깝다. 하나는 전화면접에서 나타나는 중도·생활형 민심이고, 다른 하나는 ARS에서 감지되는 적극투표층과 보수 결집 흐름이다. 최종 승부는 이 두 흐름 가운데 실제 투표장에 더 많이 등장하는 쪽이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나 거울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중요한 것은 거울의 숫자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거울이 무엇을 비추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읽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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