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흔히 ‘워치독(와치독, watch dog)’이라고 불린다. 집을 지키는 개처럼 사회 곳곳을 살피다가 이상 징후가 보이면 가장 먼저 짖어 알리는 존재라는 뜻이다. 시장의 불합리를 드러내고 권력을 감시하며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그것이 워치독의 역할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낯선 장면이 눈에 띈다. 생활 속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주체가 언론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최근 몇 가지 사례가 그렇다. 일부 학교에서 사실상 필요하지도 않은 정장형 교복을 구매하도록 하면서 학부모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됐는데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밀가루 가격 문제와 업계의 가격 구조 역시 점검 대상이 됐다. 중동 전쟁이 터지자마자 국내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는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동안 관행처럼 지나가던 생활 경제의 문제들을 실무형 대통령이 적시에 짚어내고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돌이켜보면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은 대개 강한 이념적 지도자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어느 정권이든 자신이 속한 진영의 가치와 철학을 강조했고 정치적 논쟁 역시 그 이념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물론 이념은 정치에서 중요한 요소다.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삶은 이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계부를 펼치면 거기에는 좌도 우도 없다. 대신 교복값과 식료품 가격, 기름값 같은 생활비가 적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정치가 생활 속 문제를 얼마나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해결하려 하느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거대한 구호보다 생활의 불편을 하나씩 줄여가는 정치가 국민에게는 더 현실적인 변화로 다가온다.
우리는 이미 이념이 앞서고 삶이 뒤로 밀렸던 경험을 여러 번 겪어왔다. 정치적 갈등은 커졌지만 국민의 일상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는 기억도 남아 있다. 그래서 거창한 담론보다 생활 속 문제를 먼저 살피는 정치가 더 반갑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제 정치의 무게 중심도 조금 달라질 때가 됐는지 모른다. 진영의 구호를 앞세우는 정치보다 국민의 삶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정치 말이다. 교복값과 식료품 가격, 기름값 같은 문제를 놓치지 않는 정치라면 이념의 방향이 어디에 있든 국민의 공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정치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매일 살아가는 생활의 자리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념을 말하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생활을 살피는 대통령, 구호보다 해법을 찾는 실무형 정치의 모습도 더 자주 보게 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와치독은 결국 짖는 존재다. 사회에 문제를 알리고 이를 고칠 능력이 있다면 짖는 주체가 언론이든 정치권이든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누가 짖느냐 보다 어디를 향해 짖느냐일 것이다. 그 방향이 '이념'보다 국민의 '현실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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