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1주일 칼럼] ② 세계 경제의 심장부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충격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동의 긴장이 다시 세계 경제의 심장부를 건드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해상 안전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물류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세계 경제는 이 좁은 해협이 흔들릴 때마다 큰 충격을 경험해 왔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 이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이다. 하루 약 2000만 배럴,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가 이 좁은 통로를 지나 세계 시장으로 향한다. 이 항로가 흔들리는 순간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한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장 취약한 지점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특히 이 위험에 취약하다. 한국의 원유 수입 가운데 중동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더 중요한 것은 수송 경로다. 중동에서 들어오는 원유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다시 말해 이 해협의 안전은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한국 산업과 경제의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더 큰 위험은 물류 충격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동 해상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해상 보험료와 운임이 즉각 상승하고 선박 운항 일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거 중동 긴장이 고조됐을 때 선박 위험 보험료는 평시 대비 수 배 이상 상승한 사례도 있다. 해상 운임 상승은 곧바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 경제 구조에서는 이 충격이 더욱 크게 증폭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무역 의존도를 가진 경제다. 원자재는 수입하고 완제품은 수출하는 구조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비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 산업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원자재 수입과 수출 물류에 동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의 파급력도 결코 작지 않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하면 한국의 연간 에너지 수입 부담은 수조 원 규모로 증가한다. 이는 곧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는 유가 상승이 곧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위기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경제는 반복적으로 공급망 충격을 경험했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지정학 리스크가 상시화된 시대에 들어섰다. 에너지와 공급망 안정은 이제 산업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략의 핵심 과제가 됐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유가 상승을 우려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비상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와 물류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현재 구조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으로 원유와 가스 공급선을 확대해야 한다. 이미 일부 정유사가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리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 안보를 시장의 판단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둘째는 전략 비축 체계 강화다. 한국은 국제 기준에 맞는 석유 비축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비축 정책이 필요하다. 비축량뿐 아니라 방출 시스템과 공급 조정 능력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시장을 안정시킬 정책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해상 물류 리스크 대응 체계 구축이다. 주요 항로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운임과 보험, 선박 운항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해운 산업과 물류 기업을 포함한 민관 협력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넷째는 공급망 전체를 바라보는 전략적 시각이다. 에너지와 물류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다. 원유와 가스 수송, 산업 생산, 수출 물류는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이다. 공급망 충격은 항상 동시에 여러 산업을 흔든다. 산업 정책, 에너지 정책, 물류 정책이 서로 연동돼야 하는 이유다.
 
이번 호르무즈 긴장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이다. 세계 경제가 안정적이던 시기에는 이런 취약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정학 리스크가 상시화된 시대에는 상황이 다르다. 에너지와 물류는 더 이상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 경제의 안정과 직결된 전략 자산이다.
 
에너지 안보와 물류 안정은 이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영역이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 대응에 나서는 방식으로는 반복되는 충격을 막을 수 없다. 상시적인 경제 안보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충격은 한국 경제에 보내는 경고 신호다. 이 경고를 단순한 시장 변동으로 넘긴다면 같은 위기는 언제든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정학 리스크의 시대, 한국 경제는 이제 에너지와 물류를 동시에 관리하는 새로운 경제 안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