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눌려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털어내고 이제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거론될 정도다.
성과 자체는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올랐는가”보다 “무엇을 기반으로 올랐는가”다. 지금의 상승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먼저 유동성이다. 시중 통화량(M2)은 2020년 3,030조원 수준에서 2025년 말 4,100조원 안팎으로 불어났다. 5년 만에 약 1,000조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실질 성장률은 연평균 2%대에 머물렀다. 돈의 증가 속도가 경제 체력의 확장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는 뜻이다.
시장 기대를 키우는 것은 반도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디램(D램) 공급 부족 비율을 4.9%로 상향 조정하며 “최근 15년 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을 40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7,500~8,000선까지 높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인공지능(AI) 설비 투자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시장 내부의 자금 흐름은 다른 신호도 보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13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17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상승장의 주도권이 기관과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이런 구조는 대체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나타났다. 기업 실적 개선이 본격적으로 확인되기 전에 개인 자금이 먼저 유입되는 경우, 시장은 기대에 민감해지고 조정에도 취약해진다.
또 하나 주목할 지표는 속도다. 4,000에서 5,000까지 약 3개월이 걸렸고, 5,000에서 6,000까지는 한 달 남짓이었다. 지수 상승 곡선이 가팔라질수록 가격에는 미래 기대가 과도하게 선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익 전망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조정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고평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실적이 기대를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정책 당국이 유념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 상승장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필요는 없지만, 과도한 신용 확대와 투기성 거래에는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시장 안정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관리가 비용이 적다.
투자자 역시 냉정해야 한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만 봐도 국내 지수 추종 상품으로의 쏠림이 뚜렷하다. 분산보다 추종, 분석보다 추세에 의존하는 투자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코스피 6,000은 한국 자본시장의 성취다. 동시에 시험대이기도 하다. 유동성에 의존한 상승이 기업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개인 중심의 시장 구조가 성숙한 투자 문화로 발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느냐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의 강세장은 가능성과 함께, 그만큼의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성과를 축하하되, 구조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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