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흔히 ‘격차를 줄이는 기술’로 소개된다. 의료 사각지대를 분석하고, 교육 취약 지역을 찾아내며, 교통·복지 서비스를 최적화해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뒤따른다. 지방선거에서도 “AI로 지역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질문은 그 다음이다. AI가 실제로 격차를 줄이는가. 아니면 또 다른 격차를 만들어내는가.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인구가 적고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일수록 축적된 데이터는 부족하고, 표본의 변동성은 크다. 이 조건에서 설계된 알고리즘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기준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는 효율의 향상이 아니라 왜곡일 수 있다.
예컨대 복지 대상자 발굴 시스템이 과거 수급 이력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제도 접근성이 낮았던 지역은 계속 ‘비가시화’될 수 있다. 교통 수요 예측이 기존 이동 패턴에 의존했다면, 잠재 수요는 데이터에 반영되지 못한다. AI는 과거를 학습한다. 과거에 포착되지 못한 지역의 현실은 미래에서도 배제될 위험이 있다.
이 지점에서 리더십이 갈린다.
AI를 맹신하는 단체장은 “데이터가 그렇게 말한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AI 리터러시를 갖춘 리더는 먼저 묻는다. 이 데이터는 어디에서 왔는가. 누가 빠져 있는가. 지역 특수성을 반영할 보완 장치는 무엇인가. 중앙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지역 맥락에 맞게 조정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가를 점검한다.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AI 행정에는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데이터 인프라의 격차를 인정하는 태도다. 데이터가 적은 지역일수록 현장 조사와 질적 정보가 병행돼야 한다. 숫자가 부족할수록 설명은 더 정교해야 한다.
둘째, 알고리즘의 ‘지역 적합성’을 점검하는 절차다. 중앙정부가 만든 표준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지역별 구조와 편차를 반영하는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결과에 대한 설명 책임이다. AI 분석을 통해 예산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면, 그 기준을 주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이 그렇게 산출했다”는 말은 격차를 줄이는 언어가 아니라 불신을 키우는 언어다.
AI는 격차를 자동으로 줄이지 않는다.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격차를 고착화할 수 있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지만, 적용 방식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데이터 설계와 정책 판단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AI는 효율만 높이고 불균형은 방치하는 도구가 된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AI를 도입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지역 격차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것인가.”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AI 분석이 불리하게 작동했을 때 이를 수정할 절차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후보만이 격차 해소를 말할 자격이 있다.
아주경제가 말하는 ‘AI 선수’는 기술을 앞세워 속도를 자랑하는 리더가 아니다. 격차의 구조를 이해하고, 데이터의 한계를 인정하며, 그 한계 속에서 책임 있게 선택할 수 있는 리더다.
지역 격차는 선언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기술만으로도 줄어들지 않는다.
6·3 지방선거,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AI는 격차를 줄이는 수단인가, 아니면 또 다른 격차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AI 선수를 뽑는다는 것은 그 갈림길에서 책임 있게 방향을 정할 리더를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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