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과 주요 국가들은 이미 생산·물류·연구·서비스 전반에서 AI를 경쟁력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기업들의 자동화 투자 역시 이 흐름의 일부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 없이는 안 된다’는 주장이 커지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자동화 가속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이 경직될수록 기업이 사람 대신 기술로 대응해 온 것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물론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AI 도입 과정에서 모든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노동 영향 평가’나 사회안전망 강화 요구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기술 도입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기업 내부에만 축적되지 않고, 재교육과 전직 지원, 사회적 안전망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원칙 역시 상식에 부합한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외면해서는 안 될 책임이다.
그러나 노조 역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AI 시대에 노동조합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기존 일자리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노동의 역할과 숙련의 가치를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 필요하다. 만약 ‘반대’와 ‘저지’에 머무는 전략을 내세울 경우 노조 스스로를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장애물로 인식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AI 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방향 설정이다. 기술을 막을 수는 없지만, 기술이 사회를 파괴하지 않도록 설계할 수는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제도와 안전망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은 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고민해야 하며, 노조는 변화된 노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AI는 노동을 없애는 존재가 아니라 노동의 형태를 바꾸는 도구다. 그 변화 앞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보다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노조 역시 이제는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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