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 식당 대박이네! 손님이 이렇게 많은데 돈 엄청 벌겠다."
우리가 줄 서서 먹는 맛집을 보며 흔히 하는 생각입니다. 주식 투자도 비슷합니다. 많은 초보 투자자들이 뉴스에 나오는 '매출 대박', '영업이익 100억원 달성' 등과 같은 화려한 숫자만 보고 기쁘게 매수 버튼을 누르곤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손님이 바글바글한 식당 사장님이 밤마다 통장을 보며 한숨을 쉰다면 믿어지시나요? 장부에는 분명 돈을 벌었다고 찍혀 있는데 정작 직원 월급 줄 현금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 기업의 세계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Revenue is vanity, profit is sanity, but cash is reality(매출은 허영이고 이익은 제정신이지만 현금은 현실이다)"라는 경영학 격언이 있습니다. 장부상 이익은 미래의 희망일 수 있지만 실제 통장에 찍힌 현금만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한다는 뜻인데요.
그래서 시장의 베테랑들은 화려한 성적표인 손익계산서보다 투박한 '용돈기입장', 즉 현금흐름표를 먼저 펼쳐봅니다. 이 회사가 진짜로 자기 주머니에 돈을 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장부상의 숫자와 내 손안의 현금은 엄연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100만원을 벌기로 계약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장부에는 수익 100만원이 찍히지만 사장님이 "돈은 다음 달에 줄게"라고 한다면 여러분의 손에는 지금 당장 떡볶이 한 접시 사 먹을 현금이 없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건은 팔았는데 돈은 아직 못 받은 '외상(매출채권)'이 많으면 장부상으로는 흑자인데 회사는 부도가 날 수 있습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흑자도산'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진짜 돈이 들어왔는지 보여주는 현금흐름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현금흐름표이지만 딱 세 가지 주머니만 기억하면 쉽습니다. 우선 내가 실제로 일을 해서 번 돈인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있습니다. 이 숫자가 플러스(+)여야 건강한 회사겠죠. 다음으로 미래를 위해 기계를 사거나 예금을 드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있는데요. 보통 돈을 쓰기 때문에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빚을 갚는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있습니다.
최근 공시된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이 주머니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우리 집 곳간에 현금 대신 무엇이 채워지고 있는지 명확히 보입니다.
먼저 지에프아이의 사례를 볼까요?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분기까지 35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성적표만 보면 훌륭하지만 실제 영업으로 들어온 돈은 6억원뿐입니다. 벌어들인 이익의 80%가 증발한 걸까요? 비밀은 '재고'에 있었습니다. 재고자산이 전년 말 대비 37억원에서 73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만드느라 현금은 나갔는데 이 물건들이 팔리지 않고 창고에 갇혀 있는 겁니다. 곳간은 꽉 찼는데 정작 시장 갈 돈은 없는 셈이죠.
반면 본업은 적자인데 '땅 판 돈'으로 화려한 성적표를 만든 곳도 있습니다. DMS의 지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약 2077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본업 성적표인 영업이익은 57억원에 불과합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계속영업이익은 4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00억원이 넘는 이익의 정체는 자회사를 매각해 발생한 '중단영업이익'이었습니다. 가업은 적자를 냈는데 조상님이 물려준 땅을 팔아 통장 잔고만 일시적으로 늘어난 격이라 이런 이익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팔아 오늘을 버티는 위험한 신호도 포착됩니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이 -35억9000만원입니다. 본업에서 매달 평균 4억원 가까운 현금이 새 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투자활동 주머니는 39억2000만원이라는 큰 플러스 숫자를 기록했습니다.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기존에 안전하게 넣어두었던 단기금융상품(예금 등)을 무려 134억원어치나 처분해 현금을 확보한 결과였습니다. 미래를 위해 들어둔 '청약 통장'을 대거 깨서 오늘 당장 쓸 생활비와 운영비를 대고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물론 진정한 우등생도 존재합니다. 엔비알모션은 장부상 약 3억3000만원의 적자를 기록 중임에도 실제 영업으로는 39억5000만원의 현금을 벌어들이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풍강 역시 영업으로 번 15억9000만원으로 기계도 사고 빚도 5억원가량 갚았습니다. 본업으로 돈을 짭짤하게 벌고 그 돈으로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며 그러고도 돈이 남아서 빚을 갚거나 주주에게 배당을 줄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입니다.
개미 투자자들이 '순이익'이라는 화려한 성적표에 환호할 때 고수들은 '현금흐름표'를 펼쳐 기업의 실속을 챙깁니다. 오늘 내가 가진 종목의 곳간이 현금으로 채워지고 있는지 아니면 안 팔리는 물건이나 비상금 깨기로 연명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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