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지방분권 개헌, 구호를 넘어 균형 발전의 실질적 해법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방분권형 개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역시 조속한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여야가 개헌의 필요성을 공공연히 언급하기 시작한 지금, 지방분권 개헌이 다시 정치 의제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문제는 이번 논의가 또 한 번의 선언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 일극 구조를 바꾸는 실질적 출발점이 될 것인지다.

지방분권은 오래된 화두다. 그러나 그동안의 ‘분권’은 대부분 중앙 권한의 일부를 나누는 수준에 머물렀다. 재정·인사·조직의 핵심 권한은 여전히 중앙에 집중돼 있었고, 지방은 책임만 늘어난 채 자율성은 제한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지방 소멸과 수도권 과밀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오히려 더 심화됐다. 지방분권 개헌이 과거와 달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법에 지방분권을 명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헌법이 국가 운영의 ‘원칙’을 어떻게 다시 설정하느냐다. 지방정부를 단순한 행정 집행 기관이 아니라 정책 설계와 재정 운용의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수직적 위임이 아닌 수평적 협력 구조로 재정의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헌 이후에도 지역은 여전히 중앙의 결정을 기다리는 존재로 남게 된다.

특히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행정 권한뿐 아니라 재정 구조의 개편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지방이 스스로 산업과 인구, 복지 전략을 설계하려면 안정적인 재원과 과세 권한이 필수적이다. 지방분권 개헌이 재정 분권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균형 발전이 아니라 ‘책임의 지방 이전’에 불과하다.

지방분권형 개헌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선거 일정에 맞춘 최소 개헌이 지방분권의 본질을 흐리거나 상징적 문구 추가에 그친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실망을 안길 수 있다. 개헌은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운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중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2026 신년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25 국회사진기자단
우원식 국회의장, 2026 신년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2.5 [국회사진기자단]

지방분권 개헌은 결국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관리’하는 데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지방을 살린다는 말이 반복돼 온 만큼, 이제는 그 말이 제도로 증명돼야 한다. 이번 개헌 논의가 정치적 이해를 넘어 지역 균형 발전의 근본적 해법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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