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은 오래된 화두다. 그러나 그동안의 ‘분권’은 대부분 중앙 권한의 일부를 나누는 수준에 머물렀다. 재정·인사·조직의 핵심 권한은 여전히 중앙에 집중돼 있었고, 지방은 책임만 늘어난 채 자율성은 제한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지방 소멸과 수도권 과밀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오히려 더 심화됐다. 지방분권 개헌이 과거와 달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법에 지방분권을 명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헌법이 국가 운영의 ‘원칙’을 어떻게 다시 설정하느냐다. 지방정부를 단순한 행정 집행 기관이 아니라 정책 설계와 재정 운용의 주체로 인정할 것인지,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수직적 위임이 아닌 수평적 협력 구조로 재정의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헌 이후에도 지역은 여전히 중앙의 결정을 기다리는 존재로 남게 된다.
특히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행정 권한뿐 아니라 재정 구조의 개편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지방이 스스로 산업과 인구, 복지 전략을 설계하려면 안정적인 재원과 과세 권한이 필수적이다. 지방분권 개헌이 재정 분권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균형 발전이 아니라 ‘책임의 지방 이전’에 불과하다.
지방분권 개헌은 결국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관리’하는 데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지방을 살린다는 말이 반복돼 온 만큼, 이제는 그 말이 제도로 증명돼야 한다. 이번 개헌 논의가 정치적 이해를 넘어 지역 균형 발전의 근본적 해법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