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AI 패권 경쟁,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 젠슨 황의 신중함이 보여준 AI 투자 경쟁의 새로운 기준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1월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초청해 연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1월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초청해 연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엔비디아와 오픈AI 간 대규모 투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는 인공지능 산업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를 AI 패권 경쟁 전체의 법칙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초거대 기술 산업이 자본싸움의 국면을 지나 보다 복합적인 기준을 요구받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투자에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강조하며, 오픈AI의 운영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내부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AI 산업 전반의 투자 원칙을 단정하는 근거라기보다, 자본 투입의 판단 기준이 기술력과 성장 기대를 넘어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AI 산업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대규모 자본 없이는 대형 모델 학습도, 데이터센터 구축도 불가능하다. 자본은 여전히 출발점이다. 그러나 자본이 장기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구조인지, 불확실성이 관리되고 있는지, 책임과 권한이 명확히 설정돼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례는 자본과 규율이 대립 관계가 아니라, 자본의 지속성과 비용을 좌우하는 보완적 요소임을 보여준다.
 
 
이 지점은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동시에 지배구조 안정성, 대규모 투자에 대한 내부 통제, 글로벌 규제 대응 역량이 함께 평가받고 있다.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글로벌 자본과 고객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플랫폼·서비스 기업도 마찬가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AI 모델과 데이터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책임, 계열사 간 거래 구조 등 거버넌스 이슈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는 AI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신사업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픈AI가 구글의 ‘제미나이’ 등 경쟁 모델의 추격 속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AI 경쟁은 이제 ‘누가 먼저 발표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예측 가능한 파트너로 남을 수 있는가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샘 올트먼 CEO의 과감한 발표 방식이 혁신의 신호인 동시에 투자자에게는 리스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이 산업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이 사안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투자를 단순한 속도전이나 규모 경쟁으로만 접근해서는 한계에 부딪힌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대형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더라도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체계, 규제 대응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본의 비용은 높아지고 지속성은 약화된다. 특히 AI가 금융·의료·행정 등 공공 영역과 맞닿는 순간, 민간 기업의 거버넌스 문제는 곧 공적 신뢰의 문제로 이어진다.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최대 고객인 만큼 협력 자체가 단절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 정체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AI 패권 경쟁의 핵심은 ‘돈이냐 규율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돈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구조와 책임의 설계에 있다. 한국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도 더 큰 투자 선언이 아니라, 그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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