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골든글로브의 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던진 질문

1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이름이 두 차례 불렸다.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 그리고 주제가상. 무대 위의 환호와 박수는 이 작품이 더 이상 ‘의외의 히트작’이 아니라 2025년 글로벌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작년에 신드롬을 일으킨 이 작품은 올해 시상식 무대에서 수상의 결실을 맺고 있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 이은 연속 수상이며, 디즈니와 픽사의 대형 경쟁작을 제쳤다는 점에서 오스카 레이스의 흐름마저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품을 둘러싼 시선은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유력’이라는 단어로 옮겨갔다. 

숫자는 이미 충분히 말해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애니메이션 영화가 됐다. 공개 후 90일 기준 누적 조회수 3억 회를 넘기며 영어권과 비영어권을 가리지 않고 플랫폼 전체 1위에 올랐다. 

OST ‘Golden’은 빌보드 핫100과 글로벌 200,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정상에 동시에 오르며 가상의 K-pop 그룹이 현실의 글로벌 음악 시장을 장악하는 전례 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으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핫100 톱10에 네 곡을 동시에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이 여세를 몰아 ‘Golden’은 그래미 어워즈 본상에서 ‘올해의 노래’를 포함해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기록은 한국 사회에 단순한 수상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이 작품이 세계에 팔아낸 것은 ‘K-pop’이라는 장르명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생활 감각이었다.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과 팬덤 문화는 물론, 음식에 대한 집요한 태도, 땀과 허기, 찜질방의 열기,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예절까지 담겼다. 냅킨 위에 숟가락을 얹는 사소한 몸짓은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리듬으로 작동한다. 한국적인 디테일이 이국적 장치가 아니라 보편적 감정의 언어로 기능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음악 팬을 넘어 관광객을 부른다. 한국은 더 이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직접 가서 경험하고 싶은 공간’으로 상상된다. K-컬처가 도달한 한 단계 높은 지점이다. 

그러나 주요 외신의 시선은 축하에만 머물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을 두고 “K-컬처가 이제 특정 국가의 독점 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재조립되는 보편적 포맷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적 미학은 세계를 설득했지만, 그 문화의 산업적 주도권이 반드시 한국에 머무르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영국 더 가디언의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더 직접적인 우려를 제기한다. 그는 한국 영화와 K-pop 산업이 내부적으로 ‘신선한 스토리텔링의 고갈’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관객 감소와 투자 위축, 중간 규모 실험의 붕괴 속에서 산업이 점점 안전한 공식과 팬덤 중심 모델로 수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날 토양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는 경고다. 

아이러니는 분명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 문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제작과 IP는 미국 시스템에 있다. 한국적 상상력은 세계를 움직였지만, 수익과 축적은 해외 플랫폼에 쌓인다.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가 더 이상 곧바로 ‘한국 산업의 성장’을 의미하지 않는 시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업적은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관객이 반응한 것은 접두사 ‘K-’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와 디테일이었다는 점이다. 데이터와 공식이 아니라 생활의 언어와 감정의 밀도가 세계를 설득했다. 

주제가상을 받은 EJAE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이 닫혔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 거절은 방향 전환일 뿐이다. It’s never too late to shine like you were born to be.”  골든글로브의 박수는 이 문장을 개인의 성공담을 넘어 한국 문화 산업 전체에 던졌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분명 위로 올라갔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다음 이야기는 과연 어디에서 자라날 것인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주제가상 수상
로이터연합뉴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주제가상 수상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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