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컬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DNA

  • -르네상스 거장들에게 확인되는 기업가정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 DNA가 추출됐다는 소식은 흥미롭다. 천재성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는 늘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이 뉴스의 진짜 질문은 거기 있지 않다. 천재는 어디에서 오는가가 아니라, 천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다.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보면 답은 분명하다.
다빈치를 위대하게 만든 것은 DNA가 아니라 운영 방식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흔히 예술가로 기억되지만, 오늘의 언어로 옮기면 그는 전형적인 멀티 프로젝트 창업가였다. 회화와 조각, 해부학과 토목, 군사공학과 무대장치, 도시계획까지 동시에 다뤘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작업이 취미가 아니라 후원자를 상대로 한 계약과 제안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이다.
 
다빈치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림을 잘 그립니다”가 아니라 “전쟁에서 다리를 놓고, 도시를 방어하며, 축제를 연출하고, 필요하다면 초상화도 그릴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예술가의 겸손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을 묶어 제시한 사업 제안서다. 밀라노 공작에게 보낸 편지는 이력서가 아니라 투자설명서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감각의 언어가 아니라 시장과 권력의 언어로 번역할 줄 알았다.
 
이 지점에서 다빈치는 르네상스의 다른 거장들과 분명히 갈라진다.
미켈란젤로는 압도적인 천재였지만, 프로젝트는 늘 충돌과 갈등 속에 진행됐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인류사적 걸작이지만, 경영의 언어로 보면 고위험 단일 프로젝트였다. 그는 위대한 결과를 남겼지만, 확장 가능한 구조를 남기지는 못했다.
 
라파엘로는 달랐다. 공방을 조직하고 분업을 설계했으며, 일정과 품질을 관리했다. 혁신의 폭은 제한적이었지만, 실행의 안정성은 뛰어났다. 그는 조직형 리더였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또 다른 유형이다. 피렌체 대성당의 돔을 완성한 그는 핵심 공법을 끝까지 통제했다. 오늘날로 치면 원천기술을 쥔 창업자다. 다만 기술 보호에는 성공했지만, 영역 확장에는 신중했다.
 
다빈치는 이 셋과 달랐다.
그는 창의·조직·확장성을 동시에 굴린 인물이었다. 단일 작품의 완성보다 문제 해결 능력의 확장을 택했고, 실패한 실험조차 다음 제안의 자산으로 삼았다. 비행 기계는 날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관찰은 해부학과 회화, 공학으로 이어졌다. 이는 오늘날 기업가정신의 핵심인 실험–학습–전환 그 자체다.
 
이제 시선을 오늘의 한국 기업으로 옮겨보자. 한국 경제의 성장사는 ‘천재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운영 능력의 축적사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특정 기술이나 제품 하나에서 나오지 않았다. 창업자 이병철회장이 남긴 유산은 히트 상품이 아니라 시스템과 조직이었다. 반도체에서 가전, 통신으로 이어진 확장은 기술의 기적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였다. 문제 해결 능력을 복제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정주영회장이 창업한 현대차는 완성차 기업에 머물지 않고 모빌리티, 로보틱스, 수소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는 완성된 기술을 지키는 선택이 아니라, 미완의 기술을 감수하는 결단의 결과다. 실패를 견디지 못하는 조직이었다면 불가능한 확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구조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패를 감내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다빈치도 장인으로 끝난다. 천재를 기다리는 조직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조직이 된다.
 
만약 다빈치의 DNA가 명확히 확인된다면, 그것이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시각 능력이나 감각 처리 속도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왜 수백 년이 지나도 혁신의 상징으로 남았는지는 유전자가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은 자기 능력을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고,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실패를 다음 기회의 자산으로 전환한 태도의 문제다.
 
다빈치는 그 사실을 몸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그의 천재성은 타고난 재능 그 자체보다 계속 작동하도록 관리하고 활용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시장은 언제나 DNA 같은 타고난 조건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를 평가한다.
그래픽챗지피티52
[그래픽=챗지피티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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