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중국의 일본 제재…동북아 외교의 파도 속에서 한국은 중심을 잃지 말아야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중국이 일본에 대한 물자 수출 통제를 전격 발표했다. 시점과 방식 모두 외교적 메시지가 분명하다. 한중 정상회담 직후이자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과 맞물린 이번 조치는 단순한 중·일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기 어렵다. 동북아 외교 지형 속에서 한국의 선택을 의식한 전략적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이번 조치를 일본의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정당화했다. 동시에 정상회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한국을 향해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항일 서사를 전면에 내세워 한·중 공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외교적 언어이자 신호다. 역사와 안보 프레임을 결합해 한·미·일 협력 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이런 국면에서 한국의 대응이다.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경제 협력은 분명 필요하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이며 공급망과 산업 구조에서 깊게 연결돼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경제 협력 성과 역시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경제 협력의 필요성이 외교·안보의 원칙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국가 간 외교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단기적 이익에 매여 장기적 신뢰를 흔드는 일이다. 중국이 일본을 압박하며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시험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느 한쪽 편에 서라는 요구를 받을 이유는 없다. 한국의 국익은 선택 강요가 아닌 균형과 자율에 있다. 협력할 사안은 협력하되 안보와 가치의 문제에서는 분명한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성숙한 외교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강대국의 외교를 두고 '강자는 원하는 것을 관철하고, 약자는 감내를 강요받는다'고 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원칙을 세우고 선택의 기준을 분명히 할 때 오히려 협상력이 커진다. 동북아 질서 역시 규칙과 현실을 냉정하게 관리할 때 비로소 안정될 수 있다.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중심 잡기’다. 한·중 정상회담의 경제적 성과는 살리되, 한·미·일 협력의 틀 역시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국익 외교의 기본이며 상식이다. 원칙 있는 균형 외교만이 동북아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의 길을 지키는 해법이다.
동북아 외교에서 중심을 잡는 법
동북아 외교에서 중심을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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