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천피'에 안착한 코스피가 내년에는 5000선에 도전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등을 근거로 코스피가 내년 상반기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 논란과 금리·정책 변수가 맞물리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1일 증권가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한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는 3500∼5500포인트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내년 강세장의 대표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과 재정 확대가 맞물려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통화 확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중심으로 중앙은행 기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진행 중"이라며 "글로벌 유동성 증가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와 증시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을 필두로 한 중국, 유럽, 한국 등 주요국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경기 부양 드라이브에 근거한 상승 추세가 전개될 것"이라며 "올해 4월 시작된 대세 상승 국면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국내 정책 환경 역시 증시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배당 확대와 상법 개정 등 정책 드라이브가 국내 증시에 대한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개인의 자발적 가치투자를 견인하는 방향으로 제도·세제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과 더불어 배당 확대, 장기보유 인센티브 정책이 부동산에서 동산, 그 중에서도 주식으로 자금을 유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세장 조정 국면에서도 해외·기관 자금이 저점을 지지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증권도 "내년은 이재명 정부 2년차로 정책 여력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며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3차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조정 등이 나타나면 내년 코스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리레이팅(재평가)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AI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가 기대되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현대차증권은 "과거 인터넷 혁명 사이클 대비 현재 AI 투자는 초기 수준으로, AI 설비투자(CAPEX)는 2027년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내년 코스피는 미국 증시의 AI 강세장에 연동되며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에는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 통화·정책 변수들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를 둘러싼 낙관론에 균열이 커질 수 있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초기에는 빅테크 기업의 투자 재원이 자체 잉여 현금 흐름과 정부 투자였지만, 최근에는 사모대출과 회사채 발행까지 활용하면서 재무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M증권은 "AI 투자는 미국 경제를 좌우하고 있으나 부작용과 의심도 강력해지고 있다"며 "AI 투자 기업의 수익화는 아직 멀어 보이는 가운데 자금 조달이나 투자 과열, 비용 증가, 자산 버블, 전력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글로벌 이벤트들이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대표적이다.
대신증권은 "금리 인하 사이클과 미국 경기 회복이 맞물리며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며 "수요 회복 기대에 유가까지 레벨업될 경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조기 종료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역시 "연준의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이 내년 상반기 말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미·중 관세 유예 만료 시점도 하반기 주요 변수로 꼽힌다. 통상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될 경우 글로벌 증시 전반의 위험자산 선호가 약화할 수 있다.
KB증권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외교·정치적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며 "2024년 대선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적대감을 지지자 결집용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올해 증시 상승폭이 컸던 데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도 지수 상승폭을 제한할 요인으로 꼽힌다.
iM증권은 "미국 외 선진국, 특히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올해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나타나면서 밸류에이션이 근래 10년간 상단에 도달했다"며 "추가 상승 여력은 크게 감소한 상황으로, 한국 증시 역시 이에 해당된다"고 짚었다.
주요 증권사 11곳이 내놓은 새해 코스피 예상 밴드는 3500∼5500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상단 범위는 4300∼5500포인트다.
예상 밴드 하단과 상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4000∼5500을 코스피 등락 범위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에도 국내 정책 모멘텀이 이어지고 AI 투자 사이클 지속에 따른 반도체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현대차증권(3900∼5500)도 코스피가 내년에 최대 5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외에도 대신증권(4000∼5300)과 KB증권(3800∼5000), 신한투자증권(3700∼5000) 등도 코스피가 내년에 '오천피' 시대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키움증권(3500∼4500), iM증권(3500∼4500), 한화투자증권(3700∼4500), 한국투자증권(3900∼4600), 삼성증권(4000∼4900) 등은 코스피 상단이 5000선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상단을 가장 낮게 제시한 증권사는 하나증권(3750∼4300)으로 코스피 상단을 4300포인트로 예상했다.
하나증권은 "내년 상반기 증시 강세 이후 기준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유동성 증가율 정점 통과로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AI 버블 우려가 확산하면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상반기와 하반기 전략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상반기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대형주가 유망하며 하반기에는 증시 변동성에 대비해 배당주와 내수주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제시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 대형주와 성장주가 유리할 것"이라며 "상반기를 지나면 물가, 통화 정책 입장 변화를 체크하며 수출주, 성장주 비중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 내수주, 배당주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이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유효할 전망"이라고 했다.
NH투자증권 역시 "현재 진행 중인 AI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은 내년 상반기 상승폭이 하반기 대비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보다 상반기 반도체 투자가 유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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