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대 석화산단에서 최소 270만~최대 370만t 규모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감축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사실상 달성한 상황에서도 조바심을 내는 배경으로는 내년 울산산단에서 가동하는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가 꼽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화 기업들은 현재 총 340만t 규모의 자율 감축안을 정부·채권단에 제출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대산산단 110만t, 여수산단 47만t+120만t(예정), 울산산단 60만t(예정) 등이다.
연 1470만t에 달하는 국내 에틸렌 생산량 중 25%가량을 감축해 석화 업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정제 마진)를 안정화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하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는 2027년에는 자율 감축안의 절반에 달하는 180만t의 에틸렌이 국내외 시장에 풀리면서 생산량 감축에 따른 에틸렌 스프레드 상승 효과가 반감될 공산이 크다.
이에 아직 구체적인 NCC 감축안을 도출하지 못한 한화솔루션·DL케미칼·롯데케미칼 간 합작회사와 한화토탈에너지스 등을 압박하며 내년 중 2차 NCC 자율 감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3사별 에틸렌 요구량 달라···설비 감축 이견
한화솔루션·DL케미칼·롯데케미칼이 내후년 1분기를 목표로 NCC 운영 합작회사 설립에 착수했지만 실제 합의안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천NCC 설비 감축을 놓고도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의견 대립이 반년 넘게 이어진 상황에서 롯데케미칼까지 테이블에 앉게 됐기 때문이다.
3사가 합작회사 설립에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석화 제품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등 생산을 위해 공급받을 기초유분(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규모가 각각 다른 데 있다. 폴리올레핀 등 생산량이 많은 한화솔루션은 에틸렌 공급망 안정화가 중요하지만 폴리부텐 등 스페셜티 전환이 진행된 DL케미칼은 에틸렌 수요가 적다. DL케미칼이 여천NCC 1·2공장 추가 폐쇄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배경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산 NC공장에 이어 기업의 모태인 여수 NC공장도 합작회사로 넘기고 스페셜티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에탄분해설비(ECC)와 중국 석탄분해설비(CTO) 감축 움직임 등으로 내년 중 에틸렌 스프레드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3사 간 감축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합작회사 설립 시기를 2027년 1분기로 정한 것도 내년 범용재 업황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결과다.
다만 3사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막대한 돈을 차입한 상황이라 대출 만기 연장과 추가 자금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 결정을 피할 수 없다. 현재 한화솔루션(1조5000억원), DL케미칼(9300억원), 여천NCC(4200억원), 롯데케미칼(4700억원) 등은 산은에서 3조3000억원가량을 차입했다. 내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여천NCC 회사채만 3100억원에 달한다.
◆노조 동의 없이 설비 감축 '불가'···고용이 최대 변수로
오는 3월 시행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도 3사의 추가 감축안 도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동조합이 회사 구조조정과 정리 해고를 반대하는 합법적 파업을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NCC 설비를 30만t 감축할 때마다 근로자 1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천NCC 1·2공장과 롯데케미칼 여수 NC공장 중 하나가 폐쇄되면 최소 300명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각사 노조는 설비 추가 통폐합에 반대하며 연대 투쟁에 나설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도 지역 경제 위축과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해 노조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대산산단에서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간 합자회사 설립이 빠르게 성사된 건 HD현대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를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여수산단에서 한화·DL·롯데 합작회사가 잡음 없이 출범하려면 회사 측과 채권단이 근로자 고용 관련 비용을 명확히 산정하고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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