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180일의 김건희특검, 이제 사법제도를 평가할 시간이다

김건희 특검의 180일 수사가 28일 종료됐다. 출범 당시 “국민적 의혹 해소”를 목표로 내걸었던 특별검사팀은 대통령 영부인의 공개 소환과 구속기소라는 전례 없는 결과를 남긴 채 해산했다. 이제 질문은 결과가 아니라 평가다. 이 180일은 무엇을 밝혔고, 무엇을 남겼는가. 그리고 우리 사법 시스템은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을 증명했는가.
 
이번 특검은 분명 성과를 냈다. 기존 수사기관이 수년간 결론을 내지 못했던 핵심 의혹들에 대해 실체적 판단을 내렸고, 권력의 가장 가까운 주변부를 법의 판단 영역으로 끌어냈다. ‘성역 없는 수사’라는 말이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장면으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했다. 일부 의혹은 끝내 규명되지 못했고, 수사 과정에서는 강압·편파 논란이 불거졌다. 특검 내부의 갈등과 수사 방식이 무리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성과와 논란이 함께 남은 180일이었다.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왜 이런 수사는 늘 ‘특별한 제도’를 통해서만 가능한가. 기존 사법 시스템은 왜 권력의 핵심 앞에서 멈춰 섰는가. 특검이 해산한 뒤 남은 수사들이 다시 일반 수사기관의 몫으로 돌아간 현실은, 일회성 특검에 의존하는 구조의 취약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해외 사례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세운 힘은 특정 검사의 결단이 아니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와 사법 절차라는 제도였다. 독일 역시 총리와 장관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 수사를 ‘특별한 결단’이 아닌 ‘상시적 절차’ 안에 두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핵심은 누구를 처벌했느냐가 아니라, 권력이 바뀌어도 동일한 기준이 작동하느냐다.
 
동양 고전 『순자』는 “법은 귀한 자에게 굽히지 않고, 형벌은 강한 자를 피하지 않는다(法不阿貴 刑不避强)”고 했다. 법치의 본질은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예외 없는 적용에 있다. 특정 인물을 겨냥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번 특검이 남긴 가장 중요한 의미는 개인의 유죄 여부가 아니라, 정상적인 사법 제도 대신 예외적 방식에 의존해 정의를 실현해왔던 현실을 드러냈다는 데 있다. 특검은 대안이 아니라 응급처치다. 특검이 반복된다는 것은 사법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음 특검이 아니라, 다음 특검이 필요 없는 구조다. 권력 핵심부 수사가 여론과 정권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지 않으려면, 상설적이고 독립적인 수사 체계가 필요하다. 이것은 진보의 주장도, 보수의 논리도 아니다.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의 문제다.
 
180일의 특검은 끝났다. 그러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의 권력에도, 내일의 권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기준을 만들 수 있는가. 그 답을 제도로 완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다음 특검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180일이 남긴 가장 큰 경고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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