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도 성장 가속 관건은 정치…정쟁에 발목 잡힌 입법

  • 노동·규제·조세·에너지 핵심 법안, 대치 속 처리 지연

  • 정부 정책 동력 약화 우려…"정치 역할 재정립 시급"

  • "정치가 변수로 작용, 성과 위해 입법 기능 회복해야"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윤석열 비상 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윤석열 비상 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말까지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민생 경제 주요 법안 상당수가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가 주도 정책이 속도를 내려면 법·제도 뒷받침이 필수로 꼽히지만 정치권 대치 구도로 주요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가 성장의 촉진자가 되기는커녕 병목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주도 성장 가속의 최대 변수는 결국 정치라는 지적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여당'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각종 개혁 과제를 밀어붙였고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연일 여론전으로 맞서며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다. 여당의 입법 속도전으로 야당의 필리버스터(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놓고 대립 중인 여야는 서로를 향한 특검 실시를 주장하며 공방은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천막 농성에 돌입하며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통일교 유착 의혹을 겨냥한 특검 도입을 압박했고, 개혁신당도 뜻을 함께하며 보수 야당의 공동 특검 추진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민주당은 내란 2차 종합 특검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으로 정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연말까지 여야는 특검 줄다리기 외에도 쟁점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정국을 반복하며 민생 경제 법안 처리에도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 보면 각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대안을 마련한 주요 법안 등이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지만 향후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정치가 성장의 동력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병목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특히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의 실행 기반인 노동·규제·조세·에너지 관련 핵심 법안들은 여야 간 이해 관계와 충돌로 정쟁화되며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산업 정책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해도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추진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은 정책 의지보다 입법 환경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 분야에서는 산업 전환에 대응한 근로 시간 제도와 고용 구조 개편이 주요 쟁점이다. 첨단 산업과 전략 산업 중심으로 인력 운용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노동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면서 관련 법 개정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특수 고용 노동자 보호를 둘러싼 법안도 사용자 책임 범위를 놓고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규제 분야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은 전략 산업에 맞춘 규제 재설계를 전제로 한다. 산업별 차등 적용과 특례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정쟁으로 번지며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신산업 실증과 인허가 절차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정책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세 분야는 전략 산업 지원을 위한 세제 인센티브가 핵심이다.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재정 부담과 조세 형평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법안 처리는 난항을 겪고 있다. 확장 재정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입법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재생 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투자, 공공 부문의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들은 에너지 산업의 공공성과 시장 경쟁을 둘러싼 시각차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공기업 투자 확대와 권한 강화에 대한 우려가 맞서면서 정책 실행을 위한 제도 정비가 지체되고 있다.

정부는 재정 투입과 산업 육성을 통해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전반에 걸친 법안들이 정쟁에 묶여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은 설계 단계에 머무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가 성장 전략의 촉진자가 아닌 발목만 잡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이 정부의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이 국회 입법 단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정책의 방향성보다 국회가 이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실행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책 경쟁을 넘어선 제도 합의가 먼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입법 기능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국가 주도 성장 전략 성패는 정치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설계가 아무리 탄탄해도 법적 기반이 확보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속도를 내기 어렵다"며 "정쟁으로 인한 입법 지연은 정책 실효성 저하로 직결된다. 정치의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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