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일 급등 속출하는 스팩…"밸류 측정 어려워" 변동성 주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주가가 상장 당일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시장의 활황으로 스팩주까지 투자 열기가 번진 가운데 지난 7월부터 강화된 규제로 인해 유통 물량이 줄어든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스팩 자체만으로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합병에 성공하는 스팩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한 교보19호스팩은 장중 한때 공모가 2000원 대비 172% 상승한 5440원까지 치솟았다. 역시 이날 상장한 키움히어로제1호스팩 역시 장중 한때 73.50% 상승한 347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부터 상장 당일 스팩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1일 상장한 비엔케이제3호스팩이 장중 285%까지 치솟은 이후 신영스팩11호(160%), 미래에셋비전스팩8호(105%), 삼성스팩12호(221%), 미래에셋비전스팩9호(195%), 엔에이치스팩32호(185%) 등 대부분 스팩주의 상장 당일 고점이 세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상장한 스팩들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현격하다. 7월부터 9월까지 상장한 8개 스팩 중 엘에스스팩1호가 예외적으로 장중 152% 강세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7개 스팩의 상장일 고가는 공모가 대비 24% 상승한 수준에 그쳤다. KB제33호스팩은 오히려 상장일 고가가 0.45%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팩의 상장 당일 변동성이 커진 것은 이례적이다.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는 스팩이 더 많기 때문에, 스팩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시점은 합병 이슈가 발생한 이후인 경우가 많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이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다. 상장 후 최대 3년 안에 상장기업을 찾아 합병을 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이 경우 투자자는 공모가에 0.8~1.0% 수준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돌려받는다. 원금을 손해보지는 않지만 보유 기간을 감안할 때 수익률은 낮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IPO시장의 활황과 규제 강화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11월 이후 이노테크, 큐리오시스, 에임드바이오가 상장일 가격상승 제한폭인 공모가의 4배까지 오르며 '따따블'을 기록하고 노타, 씨엠티엑스, 아로마티카, 테라뷰는 공모가 2배인 '따블'을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 IPO에 대한 투자 열기가 스팩주까지 번졌다는 풀이다. 

여기에 7월부터 적용된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로 인해 상장일 유통가능물량이 줄어들면서 투자 열기에 따른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는 상장 기업이 공모 주식의 최소 30% 이상을 의무보유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단기 급등을 기대하고 스팩에 투자할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올 한해 기한 내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한 채 상장폐지된 스팩의 수는 24개다. 반면 존속합병이나 소멸합병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스팩의 수는 14개에 불과하다. 2023년과 2024년에 상장돼 스팩의 수가 각각 37개, 40개로 높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합병에 성공하는 스팩의 비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이유 없이 스팩 주가가 급등할 경우 합병에 있어서 더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 스팩의 시가총액이 커질 경우 스팩과 합병을 해야할 회사들에게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산출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실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합병 대상이 없는 이상 정당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변동성에 의지하는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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