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금리 상승에 우량 기업도 회사채 발행 미룬다

국고채 만기별 수익률 표한국은행 스냅샷
국고채 만기별 수익률. [표=한국은행 스냅샷]

연말로 갈수록 채권시장의 문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3%선을 넘기고 크레딧 스프레드까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서다. 신용도가 높은 우량 등급 기업들조차 발행 시점을 연기하는 사례가 등장하며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이날 48.9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8bp 가까이 벌어졌다. 지난 11일에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AA- 등급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 모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물인 국채 금리가 오르자 회사채 금리는 그보다 더 큰 폭으로 튀어 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오르자 회사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3%대로 높아진 건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면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가운데 '인하 기조'를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를 '여부'로 각각 조정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에 더해 연말을 앞두고 회계연도 마감에 맞춘 기관들의 투자 기조도 보수적인 만큼 회사채 시장은 더욱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통상 4분기는 기관들의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으로 회사채 시장이 한산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들의 신중함도 실제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분기 들어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5조99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조2017억원에서 약 1조원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순발행은 발행액에서 만기상환액을 뺀 수치로, 해당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기업들이 신규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의미다. 즉 시장에서 받아주는 수요가 약해지자 기업들이 적극적 조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AA급 이상 기업들은 통상 금리 환경이 다소 나쁘더라도 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다.

그러나 높아진 금리 레벨로 우량 기업들도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발행하거나 발행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2년물, 3년물을 발행한 SK온은 민평금리보다 40bp 높은 수준에서 최종 금리가 결정됐다.

SK텔레콤(AAA)은 내부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다가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고, KCC글라스(AA)도 본래 이달 중순께 3년물을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상반기로 발행 일정을 미뤘다. 추가 금리 부담에 발행 시점을 미루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까지는 기업들의 조달 전략이 보수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기준 3%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 연초 회사채 발행물량은 예상보다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1, 2월 회사채 만기 물량이 대거 도래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물량은 차환 발행되겠지만 현재 국채 금리 레벨에서는 발행 시기를 이연하는 물량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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