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메뉴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다. 점심·저녁처럼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들이 본업 밖의 메뉴를 적극 도입하면서, 기존 업종 구분이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치킨·버거·피자 등 대표 메뉴를 중심으로 짜여 있던 시장 구조가 ‘한 매장에서 여러 카테고리를 다루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가 최근 경기 판교 사옥 1층에 선보인 버거·샌드위치 브랜드 ‘소싯(SAUCIT)’은 이런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6일 기자가 직접 찾은 매장은 기존 교촌치킨의 진지한 치킨 전문점 이미지와는 달리, 소스를 연상시키는 오렌지 컬러와 곡선을 활용해 밝고 캐주얼한 델리 형태로 꾸며져 있었다. QR 주문–자동 조리–서빙 로봇으로 이어지는 운영 동선 덕분에 고객은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도 주문·픽업·수령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메뉴 구성은 교촌의 핵심 자산인 ‘소스’에 집중돼 있다. 치킨 패티를 활용한 버거·샌드위치와 곡물·채소를 담은 보울, 치킨 안심을 활용한 프라이즈류를 중심으로 1만원 안팎의 점심형 라인업을 갖췄다. 여기에 교촌이 자체 개발한 7종(쌈장 디핑·고추장 크림·청양고추치미추리·허니마요·레드마요·허브렌치딥·콰트로치즈퐁듀)의 ‘딥앤딥’ 소스를 더하면 약 150개의 맛 변주가 가능하다. 기본적인 메뉴에 시즈닝·드레싱 조합으로 폭넓은 선택지를 만드는 구조다.
교촌은 소싯을 통해 점심 공략 가능성과 소스 기반 메뉴 확장성을 실험한다는 계획이다. 파일럿 매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소싯을 정식 브랜드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사업 본부장은 “소싯은 교촌이 34년 동안 쌓아온 소스 노하우를 한 끼 식사 형태로 확장하기 위한 파일럿 매장”이라며 “저녁 중심이던 치킨 수요를 낮 시간대까지 넓히기 위한 실험적 시도”라고 설명했다.
치킨 브랜드의 이같은 카테고리 확장은 단순한 신메뉴 확대를 넘어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치킨 매출은 통상 오후 5시 이후에 집중되는 반면 낮 시간대 수요는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버거·샌드위치는 조리 공정이 간단하고 회전율이 빨라 점심 매출 확보에 유리하다. 치킨 기반 공급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원가 효율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bhc는 서울 개포자이스퀘어점에서 치킨버거 3종을 점심 한정으로 테스트 운영 중이다. 기존 치킨 메뉴의 닭 패티를 활용해 조리 효율을 유지하면서 소비자 반응을 면밀히 살피는 방식이다. BBQ는 화덕피자·파스타·커피까지 함께 파는 복합매장 ‘BBQ 빌리지’를 운영하며 점심·간식·저녁을 아우르는 매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치킨 단일품목 중심 매장의 한계를 넘어 시간대별 매출을 분산하는 모델로 평가된다.
메뉴 경계를 허무는 흐름은 버거 브랜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맘스터치는 치킨 브랜드와 반대로 저녁 시간 매출이 떨어지는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치킨·피자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적극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맘스터치의 치킨 매출은 1000억 원을 돌파해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피자 전문 브랜드 ‘맘스피자’ 역시 매장 내 피자 섹션을 더한 숍인숍 모델을 중심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23년 첫 매장을 선보인 이후 현재 200호점을 넘어선 상태로, 맘스터치는 내년 말까지 300호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크로스오버 확산을 외식업 전반의 ‘생존 조건’으로 본다. 소비자 선택 기준이 한 끼의 만족도·가성비·편의성으로 이동했고, 배달비·원가 상승 등 외부 요인이 커지며 단일 카테고리만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치킨이냐 버거냐 같은 카테고리 구분이 사실상 의미 없는 시대”라며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다양한 메뉴를 함께 제공하는 복합 운영 전략은 당분간 프랜차이즈 전반에서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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