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사망 통계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분기 누적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사고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겉으로는 산재 예방 대책이 강조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차를 맞았지만, 정작 사망이 집중되는 곳은 규제와 제도의 손길이 가장 닿기 어려운 영세 사업장과 소규모 공사장이다. 대기업 안전관리 수준이 높아지고 대형 건설 현장이 촘촘히 관리되는 동안 가장 취약한 아래층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도소매업·농림어업 등 영세업종에서 사고가 늘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 업종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사업주는 안전담당자도, 전담관리체계도 갖추기 어렵다. 하루 매출에 급급한 소규모 공사장 역시 전문 안전관리자가 배치될 여력조차 없다. 그러는 사이 5억원 미만 공사장에서의 추락·끼임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어쩔 수 없는 사고”라는 말로 덮이며 잊힌다. 산업안전의 사각지대는 이렇게 방치되고, 반복된 사고는 다시 통계로만 남아 다음 해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여전히 큰 기업과 대형 현장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형벌 부담은 동일한 반면, 실제 예방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쪽은 작은 사업장이다. 대기업은 안전관리 조직과 시스템이 구비돼 있지만 영세 사업장은 컨설팅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이행하려면 평균 60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조사도 있다. 결국 법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실질적 준비를 위한 시간과 자원은 소규모 사업장에 주어지지 않는다.
감독 인력 부족은 문제를 더 키운다. 산업안전 감독관 1000명이 전국 300만개 사업장을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감독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사고가 터지고, 그 사고는 다시 소규모 현장에 집중된다. 정부는 내년까지 감독관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현장의 체감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원 증원이 아니라 감독 체계 자체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또 5인 미만 사업장과 소규모 공사장을 대상으로 한 지역 밀착형 감독·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주기적인 방문교육·지원단이 현장에서 실질적 조언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간단하고 실행 가능한 안전보건관리 모델을 만들어 ‘소규모용 표준 매뉴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는 거대한 통계가 아니라 개인의 삶이고 가족의 미래다. 특히 영세 사업장의 사고는 최소한의 보호장치조차 부재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만큼 그 비극은 더 크다. 우리는 수년째 반복되는 사망 통계를 보며 “왜 줄지 않는가”를 묻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가장 취약한 곳이 여전히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한 정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규제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지지하는 안전망이어야 한다. 이제는 영세 현장의 위험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반복되는 죽음을 끊어낼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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