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치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위고비(Wegovy)'를 필두로 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주사제가 등장하면서 체중 감량은 더 이상 '의지의 영역'만이 아니다. 주사 한 대로 식욕이 억제되고 체중이 줄어드는 경험은 마치 마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진정한 비만 치료의 본질은 약이 아닌 습관의 재설계에 있다. 비만은 단순 체중 문제가 아니라, 신체와 마음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위고비는 식욕을 조절하는 GLP-1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해 포만감을 높이고 음식 섭취를 줄인다. 투약 후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고, 이전 같으면 다 먹던 음식을 절반도 못 먹게 된다. GLP-1 약물은 단순 '다이어트 주사'가 아니라 뇌-위장-대사 전체에 작용하는 시스템 약물이다.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추며, 혈당과 인슐린의 균형을 잡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GLP-1 수용체가 뇌의 보상 회로(reward circuit)에도 영향을 미쳐 '먹는 즐거움'을 완화한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즉 덜 먹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마음' 자체를 조절한다는 의미다. GLP-1이 체중 감소를 넘어 전신 대사의 리셋을 유도한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문제는 이 리셋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약을 끊으면 식욕과 체중이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 효과’가 발생한다. 체중이 줄었더라도 생활 습관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위고비의 성공은 과학의 승리이지만, 그 지속성은 삶의 방식에 달려 있다.
주사제는 체중 관리의 시작점일 뿐 최종 목적지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건강한 생활 패턴이다. 투여를 중단하면 신체는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가려 한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습관이 병행되지 않으면 체중은 금세 원상 복귀한다.
'습관의 자동화'는 치료의 완성이다. 약물로 감량에 성공했다면 그 기간을 새로운 습관을 학습하는 '트레이닝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행동의학에서는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는 데 평균 66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약물치료 기간은 몸이 새로운 리듬을 익히는 적응기로 봐야 한다.
인간의 식습관은 의지보다 '조건화된 반응'의 총합에 가깝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 음식을 찾거나 피곤하면 야식을 먹는 행동은 이미 뇌의 보상 시스템에 각인된 신호다. GLP-1 주사는 이 회로를 일시적으로 끊는 기회를 주지만, 이후의 반복적이고 의식적인 행동 패턴이 장기 성공을 결정한다. 주사가 감량의 첫걸음이라면 습관화는 그 길을 걷게 하는 두 다리다.
BMI 35 이상이거나 당뇨·고혈압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여전히 수술이 가장 강력한 감량법이다. 위절제술이나 위우회술은 섭취량 제한뿐 아니라 대사 호르몬 변화를 유도해 약물보다 더 지속적인 체중 감소를 보인다. 반면 위고비 같은 약물은 비침습적이지만 순응도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비만 치료는 '하나의 해법'이 아니라 개인 맞춤 조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떤 환자에게는 수술이, 또 다른 환자에게는 약물과 생활 습관 교정이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체중, 대사 상태, 정신적 요인, 경제적 여건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다. 이 세 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체중 감량이 단기 목표가 아닌 삶의 구조적 변화로 자리 잡는다.
비만을 단순히 '살이 찐 상태'로 보는 시각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다. 지방조직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염증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하는 대사기관이다. 비만은 당뇨·고혈압·지방간·수면무호흡·우울증 등 수많은 질환의 근간으로 규정되고 있다. 치료 목표는 체중 감량이 아니라 대사 건강의 복원이어야 한다.
비만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그 여정의 동반자는 약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이다. 아침의 식사 습관, 밤의 수면 패턴, 주말의 운동 루틴 등 이 평범한 반복이 인체의 대사를 바꾸고 체중을 유지하게 만든다. 주사는 하나의 도구이자 새로운 시작의 신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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