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울릉도 1시간 시대…'바다 메운' 울릉공항 건설현장 가보니

  • "공항 부지, 200년에 한 번 오는 파도도 견딜 수준"

  • 관광객 연간 30~40만명 등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사진김윤섭 기자
활주로 매립 작업이 진행 중인 울릉공항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김윤섭 기자]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KTX와 배로 7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울릉도가 1시간 거리로 가까워집니다."(김현기 울릉공항 건설사업관리단장)

지난 6일 오전 5시 30분 경 하선을 준비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전날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KTX를 타고 이동해 다시 크루즈를 타고 ,6시간여를 달린 끝에 울릉도에 도착한 것이다. 크루즈가 아닌 쾌속선을 타면 4시간이면 울릉도에 입도할 수 있지만 출렁대는 배 위에서 멀미와 싸워야 하고, 결항률도 높아 이동의 불편함이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울릉도를 방문하려는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도착한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은 울릉공항 건설이 한창이었다. 항구에 맞닿은 가두봉(높이 198m)은 이미 부지 매립을 위한 토사를 확보하기 위해 3분의 2 가까이가 절취된 상태였다.

울릉공항은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5년 기본계획 고시와 2017년 기본설계에 이어 2019년 12월 시공사 선정(DL이앤씨 컨소시엄)을 마치고 2020년 11월 공사에 착수했다. 10월 말 기준 공정률은 약 69%다. 국토부는 내년 말 기준 공정률 85%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7년 12월까지 총사업비 8792억원을 투입해 1200m 규모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부대시설 등을 완성하고 2028년 정식 개항한다는 목표다.
 
사진김윤섭 기자
공항부지 매립에 필요한 토사를 확보하기 위해 절취 중인 가두봉의 모습. [사진=김윤섭 기자]

울릉공항의 가장 큰 특징은 해안에 공항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최초로 '케이슨 공법'이 도입됐다는 점이다.

케이슨은 방파제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다. 10∼12층 높이의 아파트 3개 동을 합친 규모다. 울릉공항은 사동항 방파제 바깥쪽 해상에 케이슨 30개를 일렬로 바다에 넣어 방파제처럼 만들고 그 안쪽을 토사로 채워 공항 부지를 조성하고 있다. 해상매립에 필요한 토사(915만㎡)는 공사 현장과 맞닿은 가두봉을 30개월 동안 절취해 확보한다.


지반은 23m 높이로 만들어 2020년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마이삭'의 최대 파고(16m)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매립이 끝나면 1200m 길이의 활주로와 80인승 여객기 6대가 머물 수 있는 계류장, 여객터미널 등이 마련된다.

김현기 울릉공항 건설사업관리단장은 "2020년 전국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마이삭 때 최대 파고가 16m였다"며 "공항 부지는 200년 만에 한 번 오는 큰 파도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사진국토교통부
울릉공항 개항 시 소요시간. [사진=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기존 서울∼울릉 간 소요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크게 단축돼 울릉 주민의 교통 복지가 크게 향상되고,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30~40만명 대에서 크게 늘어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울릉공항 건설로 약 98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36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6900여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울릉도의 한 식당에서 만난 주민은 기자단이 울릉공항 취재를 위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힘든 뱃길이 아니라 하늘길이 열리면 더 편안하고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공항이 빨리 생길 수 있도록 다들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울릉공항 개항에 대비해 도내 교통, 숙박, 관광 등 인프라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사 유치전략, 항공기 운항 안정성 확보 방안 등도 연구하고 있다.

항공기는 공항 활주로 길이(1200m)에서 운항이 가능한 ATR-72(최대 72석 규모) 항공기가 도입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재 국내 신생항공사인 섬에어 등과 ATR72 항공기 9대를 계약했으며, 2027년까지 총 11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울릉공항과 같은 소형공항은 50인승 규모의 항공기만 운항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6월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80인승까지 좌석이 완화됐다. 다만 당초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으로 설계된 만큼 80인승 항공기로 규모가 확대된 점에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활주로 길이 연장 등 안정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국토부가 운항 예정인 ATR72 기종의 최적 기상조건은 이륙가능 거리가 1615m로, 1200m인 울릉공항 활주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현재 울릉공항 취항 예정인 항공기 크기를 고려할 때 현재 설계 중인 활주로 길이와 폭이 규격에 맞다고 설명했다. 비행장은 항공기 크기에 따라 최소 이륙거리와 폭이 정해진다. 울릉공항 취항 예정인 기종은 날개 폭이 24~27m로 C등급(24m 이상 36m미만)에 해당하는데 이 경우 항공기 최소 이륙거리는 800m이상 1200m 미만 또는 1200m 이상 1800m 미만이 돼야 한다. 울릉공항 활주로는 길이 1200m, 폭 36m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활주로를 연장할 경우 1조원 이상의 추가 사업비와 사업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활주로를 늘릴 경우 해양수심이 60m 이상으로 깊어져 사업비가 약 1조원 이상, 사업기간이 3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개항 이후 운항 안전성 및 수요 추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활주로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공항 안전확보를 위해 지난해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필요성이 제기된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을 설치하고, 현행 활주로에서도 전자 계기장비를 활용한 계기 비행이 가능하도록 항행안전 및 등화시설을 설치하는 등 현장 안전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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