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Dubai, UAE)는 현재 가을이다. 그래도 뜨겁다. 한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찍었다. 체감 온도는 그보다 더 높다. 와중에 뜨거운 게 하나 더 있다. K-뷰티 열기다.
화장품, 향수, 헤어·네일·살롱 제품 등 전시회인 ‘뷰티월드’가 두바이에서 열렸다. 올해로 29번째다. 참가 기업 수는 2400여 개로 매머드급이다. 작년에 164개국에서 7만1000여 명이 방문해 세계 최대 규모임을 뽐냈다.
행사가 열린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다. 재야의 종이 울리는 12월 31일 밤 종로통 거리를 방불케 한다고 할까.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서 ‘예뻐지고 싶은(뷰티)’ 욕구와 니즈(Need)가 총집결한 거다. 코는 향수 범벅에 현혹되고 눈은 인종 범벅에 고무됐다.
시장(市場)이 활짝 열렸다. 야무지게 만든 물건을 옹골차게 알릴 기회가 생긴 거다.
한국은 27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적지 않은 수다. K-뷰티 물결이다. 유난히 북적대는 전시 부스 위에 선명한 KOREA, SEOUL이 눈에 띈다. 장사진(長蛇陣)을 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울컥했다. 귀로만 들었던 K-뷰티의 위력을 실감했다.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지원하는 중소기업도 함께했다. 전시 성과를 물었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은 격이다. 뜨끈한 숭늉이 위덤, 반디비앤에이치, 닥터블릿헬스케어 3개 기업에서 나왔다.
계약 추진 1382만 달러(약 199억원), 계약 232만 달러(약 33억4000만원). 짧은 시간에 얻어낸 성과 치고는 쏠쏠했다. 전시회의 열매는 6개월 이상 무르익어야 딸 수 있는데 말이다.
두바이의 4박 5일은 뜨거운 K-뷰티 열기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국뽕으로 충만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짬을 내 근처 뷰티 매장을 방문했다. 왓슨스, 골드 애플, 세포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매장이다. 매장 초입을 K-뷰티가 점령했지만 ‘합숙 세일즈’ 형태였다.
건너편 샤넬, 아르마니, 구찌, 디올, 돌체앤가바나, 입생로랑 등 브랜드의 ‘단독 드리볼’과는 비교가 됐다. 한국 개별 제품이 부가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결과다. 외국 유명 브랜드와 K-뷰티의 질적인 차이가 그렇게 나는지는 의문이다.
K-뷰티에 왜 그렇게 관심이 있나요? "품질이 좋고 무엇보다 가격이 Reasonable합니다"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 바이어(Buyer)의 답변이다. 통상 ‘적당한, 합당한, 타당한’으로 해석되는 Reasonable인데, 과연 적당한 가격일까? ‘싸다’는 얘기다. 값이 싸고 제품도 좋으니 잘 팔린다는 의미다.
변화가 필요하다. 고가(高價)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저가(低價)로 오랜 세월 버티기에는 중국 등의 추격이 무섭다. 두바이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 수(중국 420여 개, 아랍에미리트 340여 개)도 거슬린다.
K-뷰티를 끌고 가는 견인차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고가 브랜드 전략! 그들 스스로 이뤄내기는 벅찬 목표다. 장기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당장 생존을 위해 매출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언감생심 아닐까?
더욱이 개별 브랜드의 가치 상승은 국가(KOREA) 브랜드의 뒷배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기업과 함께 공공기관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야 할 K-뷰티의 과제다.
전시회 참여는 일회성 비용 낭비가 아니고 투자다. 예산상 전시 참여 지원이 어렵다면 참관만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기업과 정부가 협업을 통해 K-뷰티의 김연아, 박세리를 하루빨리 발굴해야 한다. 그것이 K-뷰티 시즌2를 여는 길이다.
귀국 전날 만난 두바이 주재 한국무역협회 본부장의 말은 모두가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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