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AI 테마를 앞세운 '슈퍼사이클' 진입 초기 단계라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지난 주말 APEC 정상회의와 엔비디아 AI 컨퍼런스 등 글로벌 행사가 맞물리며 인공지능(AI)발(發) 증시 랠리가 장기적 흐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는 4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국내 증시가 AI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증권가의 분석을 입증했다. 다만 4일에는 전장보다 100.13포인트(2.37%) 내린 4121.74로 장을 마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섰다.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끈 분야는 AI 반도체·인프라·로보틱스 관련주들로, 폭발적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말 코스피 목표치를 5000선으로 상향 조정하며, 한국 AI 산업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DC) 건립 붐으로 전력·설비 관련주도 동반 호조를 보였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수요 증가로 142.86%, 일진전기도 118.33% 올랐다.
정부의 'AI 국가전략'에 따라 민관 협력으로 추진 중인 국내 DC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기업의 주문 잔고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또 '피지컬 AI'(물리적 로봇 AI) 분야에서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출하량 50% 증가 전망에 84.4% 상승했으며, 레인보우로보틱스는 AI 기반 팔 로봇 기술로 79.55% 올랐다. 현대오토에버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대감에 57.91% 올랐다.
증권가 전망은 더욱 낙관적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000이 보인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26년 코스피 5000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AI 기술의 발달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를 언급하며 "현재의 주식시장 강세를 단순히 저금리 기조에 따른 유동성 효과, 즉 '금융 억압'의 결과로만 보는 것은 현상의 일부만 보는 것"이라며 "이번 상승장의 본질적 동력은 '구조적 양극화'"라고 분석했다.
KB증권 리서치센터도 'KB 2026 주식전략 연간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연간 코스피 목표치로 5000포인트를 제시했다.
KB증권은 "2028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1조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공급 증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 등이 본격화되는 2028년부터 가능할 것"이라며 "HBM 중심의 투자 집행으로 단기간 D램의 공급 증가가 어려운 만큼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D램 시장은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한국 AI 랠리는 미국 증시의 'AI 버블' 우려와 뚜렷이 대비된다. 월가에서는 구글·오픈AI·메타 등이 수익 기반 없이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나서며 과열 논란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빅테크의 AI R&D 지출이 2025년 1조 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반면 한국은 정부 주도의 체계적 인프라 구축으로 과잉 경쟁을 피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APEC에서 발표한 'AI 그린 인프라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100조 원 규모의 DC 투자를 민관 펀드로 추진 중이다. 이는 에너지 효율 높은 '그린 AI' 중심으로, 미국의 에너지 위기(캘리포니아 정전 사태)와 차별화된다.
더욱이 국내 AI 생태계는 실적 기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SK하이닉스는 HBM 매출 증가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61.9% 증가한 11조38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삼성전자의 AI 서버 칩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8배 확대됐다. 네이버의 AI 클라우드 이용률도 20%를 돌파하며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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