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차량용 반도체칩 쇼크...미중 정상회담서 실마리 찾을까

  • 넥스페리아 수출 중단 3주째… BMW·벤츠 등 유럽 완성차 생산 차질 우려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덜란드의 넥스페리아 장악에 중국 정부가 맞불을 놓으면서 유럽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넥스페리아 반도체 수출 중단에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의 내막에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깔려 있는 만큼, 이달 말 열리는 트럼프–시진핑 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의 넥스페리아 경영권 장악에 중국이 수출 금지 조치를 3주째 이어가고 있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경제안보를 이유로 중국 윙테크가 2019년 인수한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지난달 접수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이달 4일부터 넥스페리아의 차량용 반도체 수출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넥스페리아는 자동차의 와이퍼나 창문 작동 등 전류 제어 기능을 담당하는 '디스크리트(Discrete)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디스크리트 반도체 시장 점유율 9.5%로 세계 2위, 특히 트랜지스터-다이오드 분야에선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부품제조협회(MEMA)는 해당 칩이 조금만 없어도 조립 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다고 전했다. 당장 폭스바겐은 이달 말 골프 생산라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스텔란티스·르노의 연내 생산 차질을 전망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넥스페리아가 생산하는 디스크리트 반도체는 큰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저가용 반도체로 분류되지만, 완성차 한 대당 약 500여개의 칩이 들어갈 정도로 수요가 상당하다. 이에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대체 부품 조달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공급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계 승인과 품질 인증 절차에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려 수출 중단 장기화 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 네덜란드의 경제 안보 조치와 중국의 맞대응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월 네덜란드 정부에 넥스페리아를 블랙리스트에 포함하고, CEO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은 수출 관세와 반도체, 희토류 등 핵심 전략 품목을 둘러싸고 수년째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달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트럼프-시진핑 회담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회담에서 희토류와 반도체 장비, 해운 수수료 등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회담에서 양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나 관세 조정에 합의할 경우, 유럽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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