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수라장이 됐던 곳은 법제사법위원회였다. 첫날부터 수준 미달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에는 파행을 거듭했다. 법사위 국감에서는 국감장에 없는 '조희대·김현지'만 보였다는 평가만 나온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격전지다. 여야 의원 간 "찌질한 놈"이라는 욕설 문자 폭로로 그야말로 '찌질한' 막말 공방이 벌어졌다. 국방위원회 국감에서도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곳곳에서 조롱에 욕설까지 막장으로 치닫는 장면은 반복됐고, 정책 질의는 사라졌다. 이번에는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쇼츠형 국감'이라는 수식어도 나왔다.
국감의 목적은 행정부의 정책 수행을 점검하고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는 헌법적 절차이지만, 현실은 '정치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여당은 정부를 방어하는 '방패'가 되고 야당은 '한방'을 노리는 것에 몰두하는 공격수가 된다. 질의는 정책보다 논란에 집중되고 날카롭고 자극적인 발언만 난무한다.
누군가의 실언을 두고 여야가 연일 공방을 벌이는 동안 정쟁의 소음은 더욱 커지고 있고, 민생 현안은 다시 묻힌다. 정작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누가 잘못했나'가 아닌 '어떻게 나아질 것인가'인데, 이는 마지막 날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쟁이 '습관'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민생의 그 어떤 주제도 해결되지 못한 채 또 한 해를 넘기게 된다면 정치는 더욱 퇴행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이제라도 바꾸면 된다. 국감이 '정책 점검대'가 되려면 공세에 제동을 걸고 정책·예산 중심의 감사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국감이 '전투장'이 돼서는 안된다. 정쟁성 질의는 제한하고, 정책·예산 중심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의원 개인의 퍼포먼스가 아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 중심의 감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누가, 얼마나 생산적 질의를 했는지에 대한 성과 평가도 필요하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구태를 반복한다면 차라리 조용히 성적표를 받아 들고 반성하는 편이 낫다. 여야는 "국민을 위해 싸운다"고 하지만 그 싸움에서 국민의 삶은 단 한번도 중심에 서지 못했다. 말은 가볍고, 국회의 책임은 무겁다. 정치의 언어로만 머무를 때 결국 국민 신뢰를 잃는다.
정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진정한 제 역할과 마무리를 할 수 있다. 국민이 국회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말은 곧 감시 받아야 할 대상으로 국회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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