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개혁 없는 독주

더불어민주당의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강행에 여야 대치가 또다시 극에 달하고 있다. 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공방도 계속되면서 협치는 더 멀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출범에 뜻을 모으며 첫 성과물로 내놨던 민생경제 협의체는 시작도 못한 채 기약 없이 표류 중이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고, 6년 만에 장외 투쟁을 재개한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까지 예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9월 정기국회가 한달 가까이 돼가고 있지만 여야 대립에 민생 법안은 단 1건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단순한 입법 갈등이 아닌 합의와 설득의 민주주의를 버리고 힘과 속도의 독재 정치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인데, 행정 개편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국가 권력 분배 구조를 근본부터 다시 짜는 헌정 질서의 문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나눌지, 권력 기관 간 견제는 어떻게 보장할지, 검찰청 해체 이후 생길 수 있는 공백은 어떻게 메울지를 두고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당은 오직 '의석 수 우위'를 내세워 민주주의 핵심인 절차와 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있다.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기획재정부 분리 등 정부 권한 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중대한 법안을 단기간에 표결로 밀어붙이는 모습은 국민에게 '개혁'보다 '독주'라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법안을 통해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설득이 없다. 심지어 대통령의 입장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것이 과연 그들이 주장하는 '개혁'인지 의문이다.

민주주의에서 개혁은 정당성과 절차를 갖출 때 가능하다. 의석 수로 정치적 합의를 생략한 것은 '다수의 횡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혁의 본질은 설득과 공감으로,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 개혁은 결과적으로 반발과 혼란만 남게 된다.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변화의 동의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 여당의 모습은 이에 대한 설명이 아닌 숫자에 기반한 밀어붙이기로 볼 수밖에 없다. 과정은 민주주의 형식을 벗어난 권력의 폭주로 비춰지게 된다. 마치 '의석이 곧 정의'라는 듯 질주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이쯤 되면 개혁보다 권력 유지 수단으로서의 '입법 독주'로 불러야 한다.

물론 야당도 자유롭지 않다. 무조건적인 반대와 극단적인 언사로는 견제가 아닌 정쟁만 키운다. '입법 쿠데타', '좌파 독재' 같은 자극적 프레임도 국민들은 이제 지겹다.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감정적 구호보다는 정책적 대안이다. 반복되는 장외 투쟁 등 익숙한 방식은 대안도, 책임도 없다. 스스로 견제 세력이기를 포기하고 '정치적 방청객'이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제일 중요한 '국민'을 빼고 권력만 남은 싸움만 벌이고 있는 여야는 정치 본연의 목적을 망각하고 있다. '개혁' 없는 '독주'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권력을 앞세워 절차를 무시한 정치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모르는 국민은 없다. 오늘의 독주는 내일의 정당성을 파괴하고, 결국 국민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린다. 여당은 진정한 개혁을 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조현정 정치사회부 차장
조현정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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