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무혐의 외압 의혹' 국감서 폭로…"'증거 빼'란 말 2번 들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문지석 부장검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문지석 부장검사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3일 국정감사에서 문지석 부장검사가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무혐의 처분을 둘러싼 검찰 외압 의혹을 폭로한 가운데 여야는 또다시 현안마다 충돌하며 고성을 높였다.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문 검사는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이어 상급자들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송치된 사건은 지난 4월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날 문 검사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불법이라 기소 의견을 냈지만 상급자들이 무혐의 처분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3월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이 9분 넘게 욕설과 폭언을 하며 대검 감찰을 지시하겠다고 했다”며 “조서 말미에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 썼지만 대검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문 검사는 또 “엄 지청장이 대검 보고서에 담긴 핵심 증거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주임검사에게 두 차례 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신가현 주임검사에게 ‘노동청에서 확보한 압수수색 결과를 최소한 보고서에 포함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신 검사가 곤란한 표정으로 ‘청장님이 빼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며 “3월 1차 대검 보고서 때도, 4월 2차 보고서 때도 같은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을 발언대로 불러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주거나 보고서에서 증거를 빼라고 지시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엄 전 지청장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주임검사가 ‘기소가 어렵다’고 의견을 냈고, 나는 신속히 처리하자고만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주임검사가 문 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제시하며 “‘쿠팡-무혐의’라는 문구가 명확히 적혀 있다”며 “이는 증인(엄 검사)이 쿠팡을 무혐의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고”라고 지적했다. 문 검사는 “제가 거짓말을 했다면 이 자리에서 위증으로 구속돼도 좋다”며 “두 차례나 ‘청장님이 빼라고 하셨다’는 말을 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부장검사의 진술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참고인 질의만으로 오전을 다 보내는 건 일방적”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신동욱 의원은 “그의 주장이 옳다 해도 왜 이렇게 시간을 쓰느냐”고 비판했고, 송석준 의원은 “증인도 이성을 차리라”고 외쳤다. 추미애 위원장이 “장내가 소란스러워도 발언을 계속하라”고 했지만 고성이 이어졌고, 결국 “회의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감사를 중단했다.

이날 법사위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임 전 사단장은 군사법원 국감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모른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비밀번호를 ‘하나님의 기적’이라 표현한 것도 국회를 우롱한 것”이라며 고발을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국회가 증인의 진술을 강요하는 건 헌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소환 여부를 놓고도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출석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정치적 흠집내기”라며 부결시켰다. 나경원 의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교체 과정에 김 실장이 개입했다”며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지원 의원은 “법사위가 아닌 운영위 소관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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